오피니언 사설

국감의 칼, 후보가 아니라 정부를 겨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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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첫날 정무·행자·법사위에선 증인 신청을 둘러싸고 몸싸움과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신당은 BBK 사건, 도곡동 땅, 상암동 DMC 건설 등 이명박 후보 의혹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사안을 걸며 증인 채택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신당 정동영 후보 처남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문서 검증을 신청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국감 시작 전에도 신당은 이 후보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를 비롯해 수십 명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신정아·정윤재 사건 관련자는 물론 신당의 대선주자 3인(불법 경선 의혹)과 노 대통령(선거중립 위반)까지 신청했다.

법률에 따라 국회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국감을 통해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순리와 우선순위에 따라야 한다. 이 후보 관련 의혹은 그동안 당과 언론의 검증을 거쳤다. 어떤 것은 검찰이 조사했거나 조사 중이다.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 신당이 새로 고발하면 된다. 그런데도 국회가 특정 당의 후보에 국감의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 행정부 견제라는 국감의 본질적 사명을 훼손하게 된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남의 당의 경선과 국감이 무슨 상관인가.

우리 사회에는 국감의 칼끝을 기다리는 환부가 많다. 이 정부 들어 마구잡이로 늘어난 공무원과 나랏빚, 대선의 커튼 뒤에 숨어 세금을 파먹는 공무원과 공기업, 구조조정은 않고 국민에게 손만 벌리는 공영방송, 청와대 참모 등 공직자의 무너지는 기강, 기자실에 못질하고 국민의 귀를 가리려는 ‘천둥벌거숭이’ 권력의 하수인들…. 국회가 대선 싸움에만 정신이 팔리면 부실·비리의 환부는 더 깊어지고 국민의 고통은 더욱 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