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차 집합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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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본사가 위치한 독일 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에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명물이 지난해 5월 들어섰다. 마치 미래형 컨셉트카를 연상시키는 매끈한 곡선의 외관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사진)이 그 주인공. 내부로 발길을 들여놓으면 말만 들어도 카 매니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차들이 즐비하다.

회사 창업자 칼 벤츠가 1886년 특허를 받은 최초의 세 바퀴 자동차부터 최신형 벤츠까지 160대의 차를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자동차 전설’이라는 테마를 붙여 시기별로 상징성이 있는 벤츠 차종을 전시한 7개 전시관과 5개 테마관으로 구성돼 있다. 테마관의 한 곳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영화배우 출신 모나코 왕비인 그레이스 켈리, 비틀스 멤버인 링고 스타 등 유명인들이 타던 벤츠가 모여 있다.

 이 박물관은 관람객의 걷는 수고를 최소화해주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맨 위층인 8층부터 나선형으로 설계된 계단을 통해 내려가며 연대기 순으로 벤츠의 발달사를 느낄 수 있다. 통로에는 세계대전 등 주요 사건과 더불어 독일 자동차 산업의 질곡을 알 수 있도록 각종 사진과 설명서가 나열돼 있다.

 멜라니 그라프(여) 박물관 홍보 담당자는 “내부를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본떠 설계했다”며 “벤츠의 유전자를 보여주는 역사관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분위기를 만끽하도록 맞은편 벽면에 현재부터 과거까지의 벤츠 차종들이 영사기를 통해 비춰진다.

 130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이 박물관의 입장료는 8유로(약 1만원). 8층에서 2층 스포츠카 전시관까지 자세히 돌아보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이다. “박물관을 짓기 위해 사전에 생산품의 설계도면과 판매이력을 철저히 관리했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차량이 수명을 다하면 다시 사들여 보관했다”는 벤츠 관계자의 말에 120년 자동차 명가의 자부심이 녹아 있었다.

 
슈투트가르트=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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