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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C문호 육필 한자리에-뉴욕공공도서관 거장 원고 이색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에서는 존 스타인벡.에디트 워튼.버지니아울프등 20세기 세계의 문호들이 남긴 노트와 초고를 한자리에 모은「문학전시회」가 열려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특히 작가들이 작품을 쓰거나 책으로 내는 과정에서 겪게 되 는 정신적 갈등을 엿보게하는 개인 노트류나 독특한 방법으로 쓴 원고류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원고.그림.편지.초판본등 2백50여점은모두 처음 일반에 공개되는 것들.바이런.블라디미르 나보코프.앨런 긴즈버그.로버트 로웰.앤 섹스톤.러디어드 키플링.토머스 후드등 20세기 유명작가들이 망라돼 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1806년에 씌어진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詩 원고가 꼽힌다.이 전시회에서 특별히 인기있는 작가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나보코프 전기작가인 브라이언 보이드의 조언을 받아 선정한 나보코프의 자료중에는 그가 개 인적으로 프린트한 시와 수학적 도표,작품『유럽의 나비들』을 쓰면서 나비 진화과정을 그린 그림이나 메모도 포함돼 있다.나보코프의 서가에서 빼 온 한 단편소설집의 목차에는 그가 동료 작가들의 작품에대해 은밀히 매긴 평점이 그대로 남아 있어 관람자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이 소설집에 실린 존 오하라의 작품『결정』과 프랭크 오코너의『나의 아빠』는 미국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는 작품인데도 나보코프는 C플러스를 매겼다.55개 단편소설중 나보코프로부터 A플러스를 받은 작가는 샐린저와 나보코프 자신 뿐이다. 러시아출신인 나보코프가 코넬대학에 재학할 때 습작활동을 엿볼 수 있는 메모까지도 일반인들의 상당한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그 당시 교수의 지적을 보면『영어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英詩에 푹 빠져야 한다.다시 말해 연장을 확실하게 만들어놓는 것이지.지금 자네는 그렇지 못해.연재만화나 읽어서야 어디 되겠어.당장 시를 공부하도록 해』라고 적혀 있어 나 보코프가 학교다닐 때는 영어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일랜드의 한 극작가가 그에게 보낸 충고의 글에는 극작가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자네한테 희곡만은쓰지 마라고 충고하고 싶군.희곡을 쓰면 작품을 쓰면서 피를 한번 말린 뒤에도 제작자를 잡느라 또다시 피를 말리 는 고통을 겪게 된다.그것으로도 고통은 끝나지 않아.리허설때는 공포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느낀다.하지만 소설가들은 작품을 끝내면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가.』 미국작가 잭 케루악이 남긴 원고의 한 페이지에는 지난 55년에 자신의 원고『비트 제너레이션』의 출판을 거부한 알프레드 크노프출판사에 대한 저주가 그대로 적혀있다.2년후 이 작품은『여로에 서서』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바이킹사에서 출판 됐지만 당시 케루악이 당했던 낭패감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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