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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SBS ‘왕과 나’ MBC ‘이산’ … 두 사극 주인공을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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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탄탄한 시청률을 유지하며 막바지에 접어든 ‘대조영’부터 드라마 시청률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북한 사극 ‘사육신’까지, 온통 사극 바람이다. 그중 사극 진검승부를 볼 수 있는 날은 월·화요일. SBS ‘왕과 나’, MBC ‘이산’ 두 사극이 정면 대결을 벌인다. 먼저 출발한 ‘왕과 나’가 시청자를 선점하긴 했지만 ‘이산’이 바싹 뒤를 쫓는 바람에 그야말로 1~2%포인트 차를 두고 다투는 박빙의 승부가 됐다.

두 사극 주인공의 연기 대결도 승부를 가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로선 ‘다모’로 이미 사극에 어울린다는 평을 받은 바 있는 ‘이산’의 이서진이 다소 유리한 상태. 당시 ‘다모 폐인’으로 불린 팬층이 ‘이산 폐인’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8일 MBC 본사에서 대본 연습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이서진 인터뷰

-현대극보다 사극이 어울린다.

“이병훈 국장님, 이순재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열심히 할 뿐이다. 선배님들이 연륜이 있어 젊은 출연자들이 얼렁뚱땅 할 수도 없다.”

-이병훈 PD와 함께 일하기가 어떤가.

“워낙 꼼꼼하셔서 힘들다. 그래도 그런 완벽한 스타일이 좋다. 가능성이 있으면 끝까지 끌어내신다. 촬영 분위기가 정신없고 덜렁덜렁한 듯한데, 막상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 모든 걸 미리 다 계산해 두시는 것 같다.”

-‘다모’ 때와 비교하자면.

“훨씬 더 힘들다. 다모 때야 (사극이) 처음이니까 시청자들이 눈감아줬겠지만, 두 번짼데 못하면 용서가 안 되기 때문이다. 발성과 발음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대사가 정통 사극투는 아닌데.

“요즘 사극이 옛날 사극과 많이 다르긴 하다. 그래도 알아듣기 힘든 단어가 많아 발음에 더 신경써야 한다. 또, 아직은 세손이라 대사를 눌러 하지 않고 일부러 톤을 띄우는 것이기도 하다.

-대본 외우기 힘들겠다.

“대본을 잘 외우는 편인데도 사극이라 두 배 이상 힘들다. 안 외우고 가면 얼굴을 들 수 없다. 내가 사극으로 잘 된 사람이고, 드라마 타이틀이 주인공 이름인 적도 처음인데다 분량도 길어 여러모로 부담감과 책임감이 무척 크다.”

-다른 연기자들, 촌평을 하자면.

“한지민(송연 역)씨는 잘 하려는 의지가 크고 욕심이 많다. 이종수(대수 역)씨는 진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한다.”

-연기 모니터링은 해봤나.

“촬영 들어간 뒤엔 볼 시간이 없다. 대신 (연인인) 김정은씨가 모니터해 준다. 연기를 보는 눈이 예리해 도움이 많이 된다.”

-시청자들이 어떤 점을 주목하길 바라나.

“인간적인 이산을 봐 달라. 왕의 핏줄로 태어나면 왕이 되는 걸로 나왔지, 어떤 훈련을 받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거의 없었다. 왕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과제를 푸는 게 꼭 수사물 같지 않은가.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정조 이산은 훌륭한 왕이면서도 일찍 죽는 바람에 펼쳐놓은 개혁의 매듭을 짓지 못해 조선 말기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매력적인 인물에 끌려 이 자리까지 왔다. 난 항상 힘든 인물을 연기하는 게 좋다. 나랑 비슷하지 않으니까.”

-실제 인생엔 아픔이 없었단 말인가.

“요새 아픔 많은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평범하게 자라서인지 연기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늘 나보다 나은 인물을 연기하는 데다, ‘이산’을 통해선 역사공부까지 하니 더 좋다.”

SBS ‘왕과 나’ 주인공 김처선 역의 오만석은 뮤지컬·연극으로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다. 이서진에 비하자면 극중 비중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성인의 몸으로 뒤늦게 거세하고 내시가 돼 입궐한 지난주 방송분부터 본격적으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없는 촬영 스케줄 때문에 12일 밤 전화로 인터뷰했다.

오만석 인터뷰

-연극 ‘이’의 여장 남자 공길, 트랜스젠더로 분한 뮤지컬 ‘헤드윅’ 등에 이어 이번엔 내시다.

“멀쩡한 역할도 많이 했는데 그런 이미지가 강해 잔상이 오래 남는 모양이다. 하기 힘든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자꾸 그런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김처선을 연기하면서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쓰나.

“처선이란 인물이 한 여자에 대한 사랑에만 얽힌 인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20회쯤 넘어가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에게 직언할 수 있는 충정어린 충신으로서의 모습까지 물려가면서 다각적으로 표현될 것이다. 그때 가서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를 많이 생각한다.”

-표현도 다양해져야겠다.

“사극이 그래서 어렵다.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철저히 준비하고 계산해야 한다. 실은 방송 분량에 문제가 생겨 매회 엔딩을 지켜내지 못했다. 나름대로는 계산을 하고 연기했는데,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끝나면 계산을 못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많이 상했다.”

-성인 연기자들이 아역의 이미지를 잇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작가의 의도에 의해 인물이 변한 것도 있고, 주변 사건 설정도 좀 다른 게 있어서 부득이하게 달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멀리 내다봐야 하는 대하사극 특성을 고려해 너그럽게 봐주길 바란다.”

-성인역으로 함께 합류한 동료 연기자들을 평한다면.

“사극 경험이 많은 안재모씨는 무게감이 있고, 대사나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훈련이 잘 돼있어서 자기 몫의 120% 이상을 보여준다. 덕분에 공부도 되고 도움도 많이 된다. 고주원씨나 구혜선씨도 자기 캐릭터에 몰입해 잘 하고 있다.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다.”

-김재형 PD의 연출 스타일은 어떤가.

“진한 된장맛 같다. 사극에 도가 트인 분이라 간결하고 명확하게 그림을 그린다. 현장에선 의외로 전혀 무섭지 않다. 연기자들을 편하게 대해 주신다.”

-시청자들에게 당부할 말은.

“평범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청년이 역사와 사랑에 휘말려 들어가면서 점점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긴 호흡을 갖고 봐주면 좋겠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팬들은 오만석씨가 연예인이 될까봐 걱정하던데.

“내년엔 창작 뮤지컬 ‘여제자’에 출연하고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직접 연출한다. 영화·연극·드라마 등 여러 가지를 소홀히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답답해서라도 공연을 안 하곤 못 배기니 무대로 돌아가지 않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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