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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와 강자가 충돌하는 긴장…폭발하는 에너지의 매혹

중앙일보

입력

●강한 적 맞설 때의 짜릿함이 관객들까지 흥분시켜

한국의 무술 택견을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무술들이 집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술 행사를 취재했다. 가는 길 내내 세계 주요 무술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들떴다. 10주년을 맞아 축제 전반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소식이 충주로 가는 발길을 흥분시켰다.

닥터 체크와 룰 미팅을 할 때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부분 건장한 체격의 진짜 사나이들이었다.

경기 중 태국의 사농 시퐁손트의 나는 듯한 킥과 펀치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태국의 솜칫 추이춤생의 반칙으로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한동호가 아쉬웠다. 라트비아 출신의 톰슨 샌드리스의 끈기에 박수를 쳤다.

그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며 외국 선수와 언어 문제로 더 자세한 취재를 할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열정적 파이터들과 열광적 관중 사이에서 후끈 달아오른 열기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짜릿했을뿐더러 황홀했다.

내가 잔인성에 빠져드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그랬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면서 파이터들의 격투 스타일을 알고 난 후 3분이란 짧은 시간이 더 긴장감을 주었고, 그들의 발길과 펀치 등에 내 자신이 빨려 들어갔다. 마치 내가 선수가 된 듯했다.

그들은 왜 격투기를 할까? 한 선수가 말했다. "PD님도 한 번 해 보세요. 해 봐야 알아요."

그 말의 뜻을 모든 경기가 끝나고 알았다. 그 무엇이라고 딱히 말할 수 없지만 가슴속 한 구석에서 끓어오르는 강해지고 싶은 욕망, 대리 만족이라 했던가?

나 또한 파이터가 되어 링 위에서 경기를 하는 것 같은, 소리 지르지 않고 같이 호흡하지 않고서는 몸을 가만히 둘 수 없는, 강자와 강자가 마주섰을 때의 그 긴장감. 내가 바로 그 중심에 서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관객들은 격투기의 매력 속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구나 생각했다.

조성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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