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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블로거들 "'전기먹는 하마' 고어가 노벨평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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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문제를 부각시킨 공로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환경보호자를 자처하는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반(反)환경 고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어는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아깝게 패배하고 나서 기후변화 문제를 국제사회의 화두로 끌어내 화제가 됐다. 또 지구온난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로 지난해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어는 올 3월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자택의 전기료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여온 그가 고급 저택에 살며 엄청난 전기를 소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테네시 정책연구센터가 고어 일가 소유 주택의 전기요금 청구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총 22만 1000㎾h의 전기를 사용해 월 평균 1359달러(약 130만원)의 전기료로 냈다. 이는 미국의 가구 평균 전기 소비량의 2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어는 이어 지난 7월 비막치어(Patagonian toothfish)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딸 사라(28)의 결혼식 전날 리허설 만찬에서 비막치어가 메뉴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칠레ㆍ아르헨티나 인근의 남태평양에 분포하는 심해성 어종인 비막치어는 보호 목적으로 어획량이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 식당 측이 “고어가 먹은 것은 해양생물관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환경운동가들은 “멸종 가능성이 있고 불법어획 대상이 되는 어종은 피했어야 한다”이라며 비난했다.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과 구글 게시판 등에서는 ‘고어 노벨평화상 수상 철회’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블로거 ‘antigore’는 “전기료 과다 납세자 고어는 자신의 집을 예로 들어 온난화 문제를 제기했나”라며 비꼬았다. ‘threeout’은 “전기 먹는 하마 고어가 과연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고 ‘shout’는 “환경보호의 상징인 고어가 파타고니아 이빨고기를 만찬에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한편‘고어 대선 출마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힌 한 블로거는 “노벨상이라는 날개로 백악관에 입성할까봐 두려워하는 다른 대선 주자들의 악의적 주장”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상이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수상을 취소한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으로 노벨위원회 규정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이지은 기자

☞불편한 진실=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와 인류에게 닥칠 재앙을 계몽하기 위해 앨 고어가 미국과 전세계를 돌며 강연한 내용을 담은 다큐 영화. 지구 온난화의 정체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 상황을 자세히 보여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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