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여자 축구대표팀 美서 친선경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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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여자 축구대표팀이 미국을 방문해 미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13일 밝혔다. 외교부와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의 방미가 한 달여 전부터 양측 사이에서 추진돼 왔다”면서 “조만간 확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를 골자로 한 6자회담 10·3 합의가 채택되면서 북·미 양국이 비정치적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양측은 이미 문화·스포츠 교류를 시작했으며, 6일에는 북한 태권도시범단 18명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로스앤젤레스 등 5개 도시 순회공연에 들어갔다.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관계자들도 지난주 방북해 내년 2월로 예정된 평양 공연에 관한 협의를 마쳤다. 뉴욕 필의 자린 메타 대표는 12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양 방문 결과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아시아 최강으로 9월 11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대회에서 미국팀과 2-2로 비겼다. 미국 대표팀은 세계 정상급으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제패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교류 외에 인도적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 국무부가 최근 추진 중이라고 밝힌 대북 식량지원 규모는 40만~50만t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998년 미국이 평북 금창리의 지하 동굴에 핵시설이 은닉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현장조사를 전제로 제공한 식량 규모에 근접한 수준이다.

당시 미국은 쌀 50만t (옥수수 10만t 별도) 등을 북한에 제공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 민간기구를 통한 의료용 발전기 지원, 6자회담 틀을 통한 중유 5만t 제공과 더불어 북·미 관계가 빠르게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징표”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직접 북한에 들어가 대규모 식량지원을 한다는 방침 아래 북한과 식량 배
분을 감독하고 감시할 사무소 설치 문제, 감시 방법, 정확한 식량 부족분 조사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양국과 6자회담 참가국들은 9월 말의 6자회담에서 북·미 간 신뢰구축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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