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과 오필리어의 비극적 사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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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21면

가을바람과 함께 유럽산 뮤지컬이 또 한 편 찾아왔다. ‘드라큘라’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공연되는 체코 뮤지컬 ‘햄릿’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체코의 국민가수 야넥 레데츠키(Janek Ledecky)가 각색한 작품으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라이선스로 들어왔다.

얼마 전 내한했던 레데츠키는 1987년 데뷔, 200여 곡의 노래를 발표한 인기 가수다. 앨범 제작자인 마틴 쿰자크와 의기투합해 록오페라 형식의 ‘햄릿’에 도전했다. 직접 작곡·작사·주연까지 했다. 2000년 프라하 초연 당시 예정된 300회 공연을 넘어 600회까지 연장 공연했고, 유럽에서만 1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된다.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해 ‘프라하 버전’과 다른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버전에 한국 가사를 입히고 보다 대중적인 각색을 꾀했다.

‘지구상에서 햄릿이 공연되지 않는 날은 하루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햄릿’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특히 다양하게 변주되고 해석되는 작품이다. 레데츠키가 각색한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대표되는 고뇌하는 인간이라기보다 비극적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가사 없이 노래로만 전개되기 때문에 햄릿과 오필리어, 클라우디우스와 거트루트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스메타나·드보르자크 등 다수의 음악가를 배출한 체코의 문화적 기반이 아름다운 선율로 녹아들었다.

뮤지컬 ‘헤드윅’ ‘렌트’ ‘그리스’ 등을 섭렵한 김수용과 ‘댄싱 섀도우’ ‘드라큘라’ ‘사랑은 비를 타고’를 거친 신성록, ‘그리스’ ‘아가씨와 건달들’에 출연했던 성두섭이 햄릿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오필리어 역은 신주연이 맡는다. 가수 김도향씨가 폴로니우스를 맡고 조유신·신효범·서지영·송용태 등 가창력 있는 배우들이 열연할 예정이다. 회전무대와 화려한 의상, 국내 공연을 위해 특별히 현악 4중주로 편곡한 곡 등이 선보인다. ‘도로시’ ‘컨페션’ ‘밑바닥에서’를 맡았던 왕용범씨가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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