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범위 좁혀 인권침해·예산낭비 막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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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04면

이득홍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은 공판중심주의와 배심제 등 재판제도 변화로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신동연 기자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은 마약감식과 유전자감식, 문서감정, 심리분석 등 전통적인 감정·감식 업무에서 디지털 자료의 복구·분석까지 검찰의 과학수사를 주관하는 곳이다. 이득홍 과학수사기획관(부장검사)에게 최근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유부터 물었다.
“과학적으로 증거를 찾아내 수사를 하면 수십 명, 수백 명씩 용의 선에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과거처럼 정확하지 않은 진술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범위를 최대한 좁혀서 수사할 수 있는 거지요. 예산 낭비를 비롯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요.”
그는 최근의 재판제도 변화도 과학수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판에서 모든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공판중심주의와 국민참여재판제 하에서 법관은 물론, 일반 배심원까지 설득하려면 눈으로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득홍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강력범죄 대응 위해 유전자 정보 수집 허용해야"

● 주안점을 두는 분야는
“지금까지의 감정·감식은 유전자·심리·마약 등이 주된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생활 속의 자료가 디지털화하고 있어요. 거의 모든 기업 수사가 데이터베이스(DB) 분석부터 시작할 정도지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인터넷 메신저 같은 디지털 분야가 새로운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현재의 장비 수준은
“우리나라의 수사 장비와 기술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절대 뒤처지는 편이 아니에요. 1년 전에 흡입한 대마 성분까지 모발 감식으로 밝혀낼 수 있는 감식기법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했습니다.”

● 애로가 있다면
“강력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동기 없는 범죄’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유전자감식이 아주 유효한 수사방법이지요. 살인·강간·강도 등 강력범죄자가 구속되거나 유죄 확정될 때 수감자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유전자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인권침해 시비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렇지만 불필요한 용의자 양산을 막는다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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