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오충일 정치 성적표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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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06면

연합뉴스

잠시 잊고 있었다. 그는 성직자(목사)였다.

12일 만난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67) 대표에게 “경선 내내 이전투구를 벌인 정동영·손학규·이해찬 세 후보에게 서운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정치경험이 없는 사람을 당 대표 시켜놨더니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린다”는 일부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불만도 그대로 전해줬다. 오 대표는 “대권 경쟁이란 게 과열될 수밖에 없는 건데…”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더니 “휴대전화 선거는 그런대로 잘 되지 않았느냐”며 “(경선을 치르며) 우리는 좀 망가졌지만 선거문화에는 선물을 하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까지 했다.

오 대표는 1970∼80년대의 대표적인 운동권 인사다. 87년 6월항쟁을 이끌기도 했다.

김영삼·김대중 양김씨가 각각 그에게 정계 입문을 제안했지만 끝내 야인으로 남았다. 그런 그가 덜컥 원내 제1당의 대표를 맡은 것은 87년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당시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됐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냥 내버려뒀다간 뿔뿔이 흩어진 범여권이 도저히 하나로 모이지 못할 것 같았다는 얘기다.

그는 “일이 되고 안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일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고, 아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적을 이루겠다고 싸우고 갈라서면 더 큰 것을 잃는다”고도 했다. 그야말로 ‘성직자다운’ 말씀이다. 이번 경선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얼마 전 손학규 후보에게 맥주 한잔 샀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손 후보가 경선 승복을 강조한 것이 그렇게 고맙더란다. 다른 후보들도 다 같은 생각일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오 대표는 “내년 1월 전당대회가 끝나면 다시 수행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경우 반년 남짓한 그의 정치 도전은 이번 경선 관리만으로 성적표가 매겨진다. 대선은 당 대표보다는 후보의 몫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오 대표가 최종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14일 마지막 경선을 치르는 세 후보 진영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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