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팩스신문 美서 인기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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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팩시밀리를 통해 신문을 본다』.일명「인스턴트 신문」으로 불리며 한때 붐이 일었던「팩스신문」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속보성에서 뒤지는 신문의 약점을 보완하고 정보 홍수 속에서 독자들에게 중요한 소식만을 골라 팩스로 보내준다는 팩스 신문은 그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전자 송신시스템의 보급확대 추세에 힘입어 미국내 주요 신문들이 다투어 도입했던 새로운 형태의 신문제작 방식. 이 신문은 인쇄시설이나 배달체계등이 필요없어 제작비를 훨씬 줄일 수 있다는 기본적 이점 외에도 무엇보다 제작과 배달사이의 시차를 줄이고 또 정보 공급 시간대도 하루 24시간 내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최신의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새시대의 매체」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본격 시행후 5년여가 지난 지금 주요 신문들 대부분이팩스신문 제작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92년 클린턴행정부 출범때 이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던 워싱턴 포스트紙는 불과 2개월여의 시행끝에 중단했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USA 투데이.시카고트리뷴.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등 주요 신문들 모두가 비슷한 실정들이다.다만 뉴욕 타임스의 경우 전체 발행부수 1백만부의 0.
05%쯤 되는 5백부 정도가 발행돼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뿐이다. 인쇄와 전자를 결합시킨 뉴미디어로 기대되던「팩스신문」이 독자로부터 외면받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전통적인 형태를고집하는 신문독자 특유의 보수성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미국신문협회 랜드 베네트 신기술국장은『신문구독자들의 경우 보다 전문화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는 경향이 짙다』며『분명한 사실은 간략하게 정리된 캡슐 스타일의 정보는 신문 독자들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팩스신문의「패인」을 분석했다. 팩스신문이 가졌던 기술상의 취약점은 전송기술 부족으로 인해 사진이나 도표등 독자에게 시각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내용들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것.또 팩시밀리가 예상과는 달리 가정까지 보급되는 비율이 낮아 근본적으로 독자층 이 엷을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실패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이밖에 심리적 측면에서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 독자들의 경우 가정에서까지 뉴스속보를 볼만큼「뉴스 수요」가 별로 많지 않으며,광고주들도 이 새매체의 광고효과에 회의적이어서 광고측면에서의 뒷받침이거의 안됐다는 분석들이다.
이처럼 인쇄와 전자매체를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나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퍼스널 컴퓨터를 통한「전자신문」에 대해서는 그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이는 퍼스널 컴퓨터의 경우 영상의 質,접할 수 있는 정보의 선택성및 다양성,정보 송.수신자간의 교류 가능성및 정보 자료의 축적성등에 있어 팩스와는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실패작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팩스신문의 명맥이 아주 끊긴 것은 아니다.뉴욕 타임스가 호텔이나 기업및 대형 여객선등에 팩스 신문을 공급하고 있는 것을 비롯,워싱턴 포스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등이 최신 주식동향이나 금리관계 자료등을 독자들로부터 1부에 1~2달러씩을 받고 팩스신문 형태로 공급하고있다.또 몬태나州에 있는 미주리 신문의 경우 2백여명의 독자를대상으로 낚시 정보를,새크라멘토에 있는「비 팩스」는 무료로 만화및 갖가지 생활정보를 담은 팩스 통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현재 제작되고 있는 팩스신문들은 당초 기획했던 신문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안내와 광고성 정보들을 전달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새로운 매체를 개발하는데 있어 넘어야할 벽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실감 케하고 있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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