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치단체 솔제니친을 우리편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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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년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지난5월 고국 러시아로 귀향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전국민적 관심을 업고 러시아정치인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환국이전부터『러시아 정신을 타락시키는 개혁은 사이비 민주주의자들의 실험』『러시아 국민들은 권력으로부터 유리돼 있으며 스스로의 운명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고 개혁정치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던 솔제니친은 시베리아 1만㎞를 열차로 횡 단하면서 러시아 민중에게 슬라브 정신의 부활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전파하며독특한 영향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때문에 당초 솔제니친의 귀향 자체를 평가절하했던 정치인들은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과 언론의 열광에 당혹해하며 솔제니친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있다. 두달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직후부터 러시아인들의 관심의 표적이 된 솔제니친은 아직까지는 어떤 특정한 정치단체에 기울어진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무던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보수파와 개혁파,민족주의세력들과 왕당파들은 모두 솔제니친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수파는 솔제니친이 슬라브정신의 부활과 강력한 러시아의 재건을 외치는 대중적인 작가라는 점을 들어 그가 민중의 이익을 기만하고 있는 현 보리스 옐친 정권에 반대하는 입장에 설 것으로확신하고 있다.
반면에 옐친대통령을 비롯한 親서구개혁파들은 솔제니친이 두달에걸친 러시아 여행을 통해 러시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혁의진정한 의미를 인정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솔제니친이 개혁과 옐친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줄 것을 기대하 고 있다.
이 때문에 옐친에 반대하는 정치단체들중 일부는 솔제니친을 오는 96년의 새로운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로 추대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고,옐친측은 옐친측대로 솔제니친과 옐친의 면담을 통해 러시아 민중의 진정한 대변자는 옐친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옐친은 자신의 측근이자 오랜 지기인 유리 류즈코프 모스크바시장을 야로슬라블 기차역까지 내보내 솔제니친의 모스크바 도착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고,반대파들은 대중들을 동원해 그가 옐친이아닌 러시아 민중의 지원과 관심의 대상임을 보여 주려 안간힘을쓰고 있다.물론 솔제니친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은 어떠한 정파에도 소속되지않고 다만 러시아 개혁의 잘못된 점과 러시아 정신의 부활,슬라브공동체의 재건을 위한 苦言을 내놓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솔제니친이 앞으로 어떠한 태도를 표명하든 그가 내던질표현들은 식상한 정치인들이 늘어놓는 공허한 목소리보다 러시아인들에게 훨씬 더 강력한 메시지를 주게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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