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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트렌드>남녀심리 연구서 출간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그러나 성 불평등 문제는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기 보다 영화나 연극.상업광고등에서 페미니즘으로 교묘히 포장돼 오히려 여성을 성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부작용이 컸다.
이같은 현실에서 최근 남자와 여자의 심리를 쉽게 풀어쓴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성남성 같이살기』(정유성 지음.웅진출판),『남성 꼬집기』(김경은 지음.신세대),『특성별 심리파악』(백창화지음.둥지),『결혼,사랑만으론 안될걸』(로잔 로첸지음.신관수옮김.친구),『언어와 여성』(마리나 야겔로 지음.강주헌옮김.여성 사)등 지난몇개월 사이에 발표된 남녀심리 관련서는 10여종에 이른다.
『남성 꼬집기』『결혼,사랑만으론 안될걸』이 남성심리분석서라면『여성남성 같이살기』『특성별 심리파악』은 남녀의 심리를 동시에분석,남녀 화합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언어와 여성』은 언어를 통해 여성문제에의 접근을 꾀한 페미니즘 이론서 성격이 짙다.
이 책들의 내용을 보면 한국 남성의 경우 겉으로는 남녀평등을말하면서도 여전히 능력콤플렉스.페니스콤플렉스.카사노바콤플렉스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지적이다.
남녀평등을 외치는 여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과거의 착한여자콤플렉스.신데렐라콤플렉스.외모콤플렉스.지적콤플렉스등 많은 콤플렉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남성 같이살기』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여자들의 가사노동에 대해서도 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며 반면남자들은 여자에게 자녀교육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것을 요구한다고 적고 있다.
남녀평등이 강조되는 시대에 남자와 여자는 이성에 대한 시각을어떤 식으로 바꿔야 할까.직장생활 10년동안 경험한 남녀차별을바탕으로『남성 꼬집기』를 펴낸 김경은씨는 여성들에게「남성은 강인하다」는 신화를 떨쳐버리라며 남자들이 약한 모습을 보여도 실망하지 말고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충고하고 있다. 남자로 여성학 강의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던 정유성 연세대교수는『여성남성 같이살기』에서 남녀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우선「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식의 그릇된 여성관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릇된 여성관 버려야 그러면 남자와 여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서적이 쏟아지고 있는 사회적 배경은 무엇일까.
현대사회가 부권중심에서 부부평등이 강조되는 양성시대로 이행되는 과정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그동안 남성들이 누리던 권리가 해체됨에 따라 남녀 다같이 심리적 불안을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민우회의 한명숙회장은『여자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 지극히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인데도 남자들은 무언가 빼앗기는듯한 허탈감을 느끼고 여자들도 여권향상과 더불어 늘어난 의무와 책임감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 명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것도 상대 성의 심리파악에 대한 필요성을 높였다.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부부간 역할분담에 변화가 생긴것이다.가장이 무조건적인 권위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마당에 남녀공존을 위해서도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사회는 DINK족(자녀없는 맞벌이부부)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가정생활이 과거의 자식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부부중심 가정생활 가부장적인 사회에 익숙한 남자들이 여성을 다시 보겠다고 나서기까지에는 여성운동의 영향 또한 컸다.
지난 77년 이화여대에서 처음 신설된 여성학강좌는 현재 전국의 90여개 대학으로 확대되었다.이화여대.효성여대.계명대에서는석사과정을 두고 있으며 이화여대에선 박사과정까지 두고 있다.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도 「남자들끼리 사는 것보다는 남녀가 어울려 사는 것이 훨씬 풍요롭다」는 인식이 보편화하고 있다.각 대학의 여성학 강좌 수강학생중 절반이상은 남학생인 것으로 전해진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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