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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명함과 국제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나는 명함을 받으면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비록 업무상으로 만났다 해도 만남이란 소중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함을 받으면 만난 날짜와 사연 등을 그 명함에 계속 기록해 모아둔다.
후일 그를 다시 만나게 될 때 그 명함을 찾아 처음 만난 일자,만난 횟수,사연 등을 살펴보면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다시나눌 수 있다.
승진이나 은퇴 를 하면 명함에 표시를 해두었다가 카드를 보내주기도 한다.
명함을 받아보면 개성이 넘친다.
얼굴사진을 넣은 것,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보통 명함의 반만한것,연하장만한 것 등 다양하다.
언젠가 회사 일로 찾아온 외국인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인사를 나눴다. 명함을 한참 들여다보던 그가 『하우 두 유 두,미스터덕』하는 게 아닌가.그래서 내 성은 「덕」이 아니라 「김」이라고 정정해 주었더니,한국인의 성과 이름을 구분하 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미안해 했다.그는 韓國人이 姓을 먼저 쓴다는 사전 지식을 갖고 나름대로 그렇게 부른 것이다.이런 해프닝은 외국인과의 만남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서양사람들은 「이름+(미들네임)+姓」으로 쓰는데,우리는 「姓+이름」의 순서로 쓴다.
그런데 영어로 성명을 표기할 때 「이름+姓」으로 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쓰는 이도 있다.
표기원칙이 사람에 따라 다르니 그들도 헷갈릴 만하 다.
성명의 로마자 표기원칙에는 「姓+이름」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다.그러나 이 방식의 명함은 西歐人에게 불편함을 준다.
주소 표기는 서구식으로 하면서 성명 표기만 우리 식으로 하니더욱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외국어로 표기하는 목적이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니만큼 우리 방식만을 지나치게 고집하지 말고 그들 방식을 따라주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우리 회사도 이런 점에 착안해 그룹내 전 임직원의 영문 명함을 「이름+姓」방식으로 통 일시킨 바 있다. 명함은 개인과 회사의 얼굴이다.국제화 시대를 맞아 외국인에게 자신과 회사를 정확히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도록 개성있고 통일감있는 명함 문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쌍용그룹 종합조정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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