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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종말>6.뒤발리에-세습선례 剖棺斬屍로 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독재의 세습은 金日成부자가 처음은 아니다.대규모 군중의 애도속에 호화로운 장례식을 치른 것도 金日成이 처음은 아니었다.독재자의 장례식은 다음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철저히 이용되었으며 권력이 세습된 경우 독재자의 장례식은 예외없이 성대했다. 아이티의 전설적인 독재자 뒤발리에 父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권력 세습에 성공했고 장례식도 화려했다.
그러나 권력세습은 독재자의 가계를 지켜주는 안전장치는 결코 될 수 없었다.이들 부자의 30년 독재가 종말을 고했을 때 성난 군중들은 국립묘지에 묻혀있던 뒤발리에 일가의 무덤부터 습격했다.그들은 독재자의 屍身을 꺼내 목을 잘라 길거 리에 팽개쳤으며 수도 포르토프랭스 중심가에 세워졌던 철제기념탑과 뒤발리에일가의 동상도 파괴되었다.
세습독재의 말로는 세습의 패악만큼 비참했다.
뒤발리에 부자의 독재는 아버지 프랑수아 뒤발리에(별명 파파 독)가 집권했던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출신의 흑인 파파 독은 한해에 정권이 여섯번이나 바뀌는 혼란 속에서 주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의 절대적 지지로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아이티의 富를 독차지하고 있던 소수 혼혈 뮬라토의 지배를 종식시키겠다는 그의 주 장이 먹혀든것이다. 그러나 사회개혁과 富의 균등분배에 대한 그의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다.권력장악후 독재자가 걷는 자연스런 手順인 폭압정치가 있을 뿐이었다.
파파 독은 비밀 경찰 「통통 마쿠트」를 조직,공포 정치를 시작했다.통통 마쿠트는 대통령 직속으로 한때 아이티 정규군의 2배인 1만5천명에 이르렀다.
反정부 인사에 대한 고문과 살인등 무제한의 권력을 휘두른 그들의 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지는 통계조차 없다.
61년 재선된 파파 독은 64년 헌법을 고쳐 스스로 종신대통령이 되면서 독재자의 길로 몰입했다.
71년에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그가 죽을 경우 「베이비독」이라 불렸던 아들 장 클로드 뒤발리에가 대통령직을 승계할 것이라고 선 언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공인했다.문맹률 95%였던 아이티의 국민투표 결과는 2백39만1천9백16표對 0으로 발표됐다.
국민투표 직후 파파 독이 죽자 베이비 독은 20세이하는 공무원이 될수 없다는 헌법을 뜯어고쳐 19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러나 베이비 독의 등장이후 달라진 것이라곤 독재가 더욱 강화된 것과 뒤발리에 一家가 더 사치스러워진 것 뿐이었다.
카리브海의 아름다운 섬 아이티엔 오직 굶주리는 자유만 보장될뿐이었다.
6백만명의 인구중 절반이 실업자이고 80%가 1인당 국민소득1백30달러를 밑도는 절대빈곤의 아이티….그러나 뒤발리에 일가는 전체 國富의 50%를 차지,세계에 서 제일가는 부자였다.
그들은 8억달러 이상을 해외로 빼돌렸으며 이혼녀 출신의 퍼스트 레이디 미첼(86년 당시 33세)은 뉴욕.파리등 일류백화점의 손꼽히는 VIP고객이었다.
길거리에 돈뭉치를 뿌리고 허겁지겁 줍는 시민들을 보며 『나는자애로운 지도자』라고 외쳤던 베이비 독의 빗나간 독재는 LA올림픽 마라톤대표선수 라모테의 증언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맨발로 완주하고 꼴찌로 들어온 그는 『비밀경찰이 끝까지 뛰지않으면 죽이겠다고 해 완주하지 않을수 없었다.그들은 미국 친구가 사준 운동화와 운동복까지도 가로챘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세습독재의 폭정도 80년대 전세계에 몰아친「민중의 힘」(People's Power)에 쫓겨 86년,29년만에 막을내린다. 처음 단순하게 시작된 국민들의 시위는 경제난과 맞물려걷잡을수 없는 폭동으로 번졌고 시위대는 통통 마쿠트를 찾아내 피의 보복으로 단죄했다.
***8억弗 財産빼내 돌이킬 수 없는 국민의 분노에 직면한 베이비 독은 86년2월7일 밤 친구들과 어울려 마지막 화려한 파티를 즐긴 뒤 美공군 수송기를 타고『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프랑스로 향했다.
베이비 독은 빼돌린 돈으로 프랑스의 큰 성을 사들이고 호텔을몽땅 빌리는등 한동안 사치를 부렸으나 요즘은 뿌리없는 망명의 삶속에서 고독한 중년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그의 초라한 근황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요즘의 아이티 상황이다.
30년 세습독재의 후유증이 계속해서 아이티를 괴롭히고 있기때문이다.86년 뒤발리에 부자의 독재가 종식된 이후 민정과 군사쿠데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아이티는 군부독재와 피폐한 경제상황에 못견디는 난민의 국외탈출이 이시간에도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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