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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젊은 작가들은 무슨 생각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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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얼굴은 풋풋해 좋다. 낯익은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움이 기존 판에 활력소가 된다. 미술전문지 '아트 인 컬쳐'(대표 이규일)가 2000년 시작한'뉴 페이스(New Face)'전에 미술계 눈길이 쏠릴 법하다. 젊은 작가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작업하고 있는지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실험실인 셈이다.

격년제로 이뤄지는 '뉴 페이스'전이 올해로 3회를 맞아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 37명이 추천한 1백18명 가운데 최종 선정된 12명의 새 얼굴이 작업실에서 막 제작한 신선한 작품을 내걸었다.

사람이 곧 걸어나올 듯하다. 김상우씨가 그린 '세대'는 등신대의 인물 묘사가 징그러울만큼 생생하다. 중앙대를 나와 러시아 국립미술학교에서 공부한 김씨는 사진이 따라올 수 없는 붓질의 신기함으로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이중근씨는 전시장 한 모퉁이 벽면을 작품 '국민체조'로 도배했다. 언뜻 보면 화려한 컬러 패턴 벽지로 보이는 작품은 가까이 다가가면 똑같은 예비군 모습을 반복한 평면 작업이다. 그에게 패턴은 시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제도화된 폭력'을 화두로 사진을 찍은 노순택씨는 '대한미국(大韓美國)'으로 변한 한반도를 흑백사진으로 훑어간다. 현상된 필름의 네거티브 이미지 위에 그림을 그려 독특한 풍경을 창조한 박주욱씨, 사진 뒤쪽에서 구멍을 뚫고 물감 덩어리를 밀어넣어 벌레처럼 흘러내리는 그 형태로 삶의 편린을 표현한 정연희씨 작품도 눈길을 끈다. 박형진.노재운.이동욱.박주연.박진아.옥정호.정정주씨의 새 목소리가 전시장을 울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복기 '아트 인 컬쳐' 편집인은 "지역 작가들을 많이 발굴하려고 노력했다. 회화의 복권, 일상에 대한 관심과 가벼움 속에 실어보내는 제도화된 사회의 비판이 젊은 미술인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성과는 또 있다. 4년 사이 수백 명 젊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작품집)와 슬라이드가 모여 젊은 작가들을 찾는 큐레이터나 기획자들에게 '아트 인 컬쳐'가 자료의 보고로 두루 소문이 났다. 02-723-777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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