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인해 빈부차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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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계화의 선봉에 서 온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례적으로 세계화의 부작용을 일부 인정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IMF가 최근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화의 3대 요소 중 기술과 외국자본이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20년간 세계화가 소득 불균형에 미쳤던 영향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세계화로 전체적인 부가 증가했지만 저소득 노동자보다 숙련 노동자의 소득 증가율이 훨씬 높아 빈부 격차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기술집약 사업에 주로 투자하는 외국자본은 숙련 노동자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WSJ는 "IMF가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세계화 반대론자의 주장에 한층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의 수비르 랄 연구부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교육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비숙련.저임금 노동자들도 기술과 세계화를 통해 수입이 늘어날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화를 옹호하는 경제이론은 무역과 투자가 늘어나면 빈부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봤다.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간 비숙련 일거리가 저소득 노동자를 고용하고 임금도 높여줄 거라는 것이다. IMF도 1980년대부터 경제 성장을 위해 외국자본과 기술, 무역에 대한 장벽을 낮추도록 국가들에 압력을 넣어 왔다. 그리고 이 같은 조언을 받아들인 국가에 한해 기금을 빌려줬다.

하지만 IMF의 처방이 기대만큼 빠른 성장을 가져오지 않고 오히려 빈부 격차가 확대되자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반IMF와 반세계화 정서가 생겨났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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