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의 정치적 중립 명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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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후임자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임명 연기가 자칫 후임 대통령에게 자신과 코드가 맞는 검찰총장을 고를 기회나 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야당도 법 정신에 따라 새 총장을 임명하는 문제에 반대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자리가 아니라 엄격히 정치적 중립과 정치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한 자리다. 임명 강행에 반대했던 일부의 주장 역시 같은 이유로 대선 정국의 한가운데서 여권 코드에 맞춘 새 검찰총수가 한쪽에 치우친 법 집행과 법 해석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새 총장의 임명을 기대 반 우려 반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다행히 임 내정자는 지금까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 온 원리·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검찰과 법무조직을 두루 거친 데다 직언을 서슴지 않는 소신주의자라 한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그의 자질과 업적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숱하게 봐 왔듯 대선 정국의 회오리 속에서 언제 어떤 사건이 터져 나와 검찰을 정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정치색이 없다 해도 엄청난 정치적 선택을 강요받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 경우 법을 존중하기 위해 임기 말이지만 새 총장을 뽑은 의미가 퇴색된다. 정치적 독립이라는 검찰의 절대가치와 국민적 신뢰에 치유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고 대한민국의 사법 역사는 또 한 차례 후퇴하게 되는 것이다.

대선 정국이라는 격랑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꼿꼿이 중심을 잡고 정치적 줄타기를 하지 않는 검찰 조직을 이끄는 것이 새 총장이 해야 할 일이다. 새 내정자가 검찰 독립의 시금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