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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대·기아차 '글로벌 경쟁 심장부' 남양기술연구소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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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기아자동차의 경기도 남양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주행 테스트(큰 사진) 및 충돌 테스트(왼쪽), 공기저항 테스트 모습.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장덕동 현대·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의 차량충돌시험장. 은색 세라토 한 대가 홀 중앙에 있는 100t짜리 콘크리트 블록을 시속 56㎞로 들이받았다.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차종이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차 안의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이 순식간에 펼쳐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첨단 센서를 60여 개나 달고 좌석에 앉아 있던 여성 더미(사람 모양의 인형) 두 개의 외형은 온전했다. 한 차례 실험 비용은 차값을 빼고도 1000만원 정도. 한 차종이 탄생하기까지 이런 충돌 시험의 산고를 200번 정도 겪어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남양기술연구소 내부를 언론에 공개한 게 3년 만이어서 그런지 낯선 행사와 실험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정문에 들어서자 잔디밭 위에는 세계 100여 개 차종을 모아놓고 연구원들이 살펴보는 ‘연구개발(R&D) 전시회’가 한창이었다. ‘폰카’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 렌즈를 검정 테이프로 가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을 강조하는 이곳에서는 검정색 보호막을 뒤집어쓴 수십 대의 시험차가 눈에 들어왔다.

‘품질은 글로벌 경쟁의 기본이며 우리의 자존심’이라는 구호가 현관 앞에 써 있는 파워트레인연구동으로 들어가 봤다. 엔진과 변속기를 개발하는 곳. 포니에 실렸던 새틴 엔진에서부터 현대차가 1985년에 독자 개발한 알파엔진, 그랜저·베라크루즈에 장착된 람다엔진 등이 전시돼 있었다. 한 연구실에서는 기아 피칸토에 들어가는 1.1L 엔진의 변속기 성능을 실험하고 있었다. 이기호 과장은 “센서를 10개 정도 달고 석 달 연속 엔진을 가동한다”며 “변속 패턴을 컴퓨터가 자동 설정해 매우 가혹한 조건으로 내구성을 실험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변속기는 실제 차량에 실리고, 주행장에서 시험 운행을 한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하자 공기역학 시험동이 나타났다. 자동차가 달리면서 공기 저항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과 연료 손실을 최소화하는 실험을 하는 곳이다. 검정색 그랜저 TG를 향해 직경 8.4m의 거대한 팬이 바람을 일으켰다. 최고 시속 200㎞ 속도로 차가 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차는 99년에 30억원을 들여 구입한 초정밀 저울 위에 자리 잡았다. 이정훈 선임연구원은 “네 바퀴에 실리는 무게를 측정해 공기 저항이 차체 어느 부분에 가장 큰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수준의 이 실험실을 이용해 곧 출시할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벤츠E320보다 공기 저항을 덜 받도록 설계하겠다”고 덧붙였다.

화성=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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