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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연장 순례] 부다페스트 예술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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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무척 아름답다. 남북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다뉴브(헝가리어로는 두나)강에 비치는 불빛의 합창은 한폭의 그림 같다. 부다페스트는 1872년까지만 해도 별개였던 부다(서쪽)와 페스트(동쪽)가 합쳐서 이뤄진 도시. 도심에서 전차를 타고 페스트 남쪽으로 10분가량 가면 다뉴브 강변에 우뚝 선 헝가리 국립 콘서트홀(1800석)을 만날 수 있다. 동구 음악의 중심임을 자부해온 헝가리가 목말라하던 심포니 전용홀이다. 로비에서는 맞은 편에 있는 헝가리 국립극장과 왼쪽의 다뉴브 강의 야경이 펼쳐진다.

헝가리 국립 콘서트홀은 2002년 8월 착공돼 2004년 가을 완공됐다. 2005년 1월 8일부터 시운전을 거쳐 3월 15일 ‘부다페스트의 봄’축제 개막에 맞춰 공식 개관했다. 졸탄 코치슈가 지휘하는 헝가리 국립 교향악단이 모차르트를 연주하면서 문을 열었다. 시운전 기간에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그리스 출신 레온다느 카바코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등이 무대에 섰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부다페스트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만한 무대는 1906년에 지은 리스트 음악원 홀(1200석)밖에 없었다. 음악원 오케스트라, 헝가리 국립 교향악단,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외국 교향악단까지 가세해 매일 연주가 끊이지 않았다.

헝가리 국립 콘서트홀은 도심 재개발과 민자유치 성공사례로 유명하다. 헝가리 문화재청과 트리그라니트 개발회사의 합작품인 셈이다. 부다페스트 남단에 자리잡은 이곳은 원래 다뉴브 강을 오르내리던 화물선의 하역 창고와 정유공장이 있던 자리였다. 선박 운송이 줄어들면서 슬럼화 위기에 놓인 이 곳을 재개발하는 헝가리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동산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립 콘서트홀이 들어선 것이다. 5만 5000㎡의 대지 위에 총예산 5억7000만 유로(약 6800억원)를 쏟아부어 컨퍼런스 센터, 온천, 특급 호텔, 오피스 빌딩, 고급 주택으로 구성된 뉴타운을 만든다. 사업 주체는 다국적 부동산 회사 트리그라니트다. 헝가리에서 이같은 대형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은 150년만에 처음이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뉴브 강변 가까운 곳에 새로운 밀레니엄 도심을 건설하는 것이다.

헝가리 정부는 2000년 이곳에 부동산 개발 허가를 내주면서 대지의 20%를 문화시설에 할애하는 조건을 달았다. 덕분에 부다페스트 예술궁전을 3년 만에 민간 자본으로 완공했다. 완공 후 건물을 정부가 사들여 30년간 무이자로 건축비만 상환하는 조건이어서 예산 부담도 덜었다. 1억3200만 유로(약 1500억원)를 들여 지은 예술궁전 건물은 국립 콘서트홀 외에 루드비히 현대미술관, 오페라.무용 공연을 위한 축제극장(450석)으로 구성돼 있다. 축제극장에서는 클래식 음악 공연은 물론 실내(소극장) 오페라, 재즈 콘서트, 월드뮤직, 패션쇼가 열린다. 루드비히 미술관에는 1층에는 기획 전시가 열리고, 2층과 3층에는 헝가리 현대 화가들의 최근작이 상설 전시돼 있다.

물론 가장 공을 들인 것은 국립 콘서트홀이다. 헝가리의 무명 건축가 가보르 조보키(43)를 지명해 설계비를 절감하는 대신 세계 최고 권위의 음향 컨설턴트를 초빙했다. 필라델피아 킴멜 센터,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센터의 음향 설계를 맡은 ARTEC사의 대표 러셀 존슨(82)이다. 외양보다 내실을 기하자는 생각에서다. 내부 마감재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무대 정면에는 2500만 유로(약 300억원)짜리 파이프 오르간이 눈에 띈다. 콘서트홀 3층 양쪽 벽면에는 58개의 저주파 흡음실을 마련해 문을 여닫을 수 있게 했다. 3단계로 움직이는 천장의 캐노피(반사판), 흡음 커튼으로 잔향 시간을 1.2~1.8초로 조절하는 ‘움직이는 공연장’이다. 콘서트홀 내부의 높이는 25m, 폭 25m, 길이 52m로 고딕 성당만한 크기다. 파이프오르간은 2006년 봄에 웅장한 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객석수는 1699석(입석 136석 포함)이지만 무대 앞쪽에 추가로 190석을 설치할 수 있어 음악 장르나 공연의 필요에 따라 객석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케스트라 피트로도 활용될 수 있다. 컴퓨터로 상하 좌우로 움직이는 무대 위 대형 음향 캐노피는 초기 반사음의 보강 뿐만 아니라 연주자 간의 음악적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준다. 여기에는 무대 조명설비와 레코딩을 위한 마이크, 영화 상영을 위한 스피커까지 장착되어 있다. 콘서트홀에는 헝가리 국립 필하모닉(지휘 졸탄 코치슈), 축제극장에는 국립무용단이 상주하고 있다.

양쪽 벽면에 설치돼 있는 잔향실은 84개의 대형 전동 도어를 통해 잔향시간을 최대 4초까지 조절할 수 있다. 레코딩 스튜디오로 사용할 때는 모든 전동 도어를 닫고 흡음 커튼과 흡음 배너까지 사용해 잔향시간을 최대한 줄인다. 잔향실 전동 도어에 새겨진 게오그큐 요바노비츠의 조각은 장식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음향의 확산에도 도움을 준다. 콘서트홀에 딸린 스튜디오에서는 CD와 DVD 레코딩도 가능하다.

◆공식 명칭: 부다페스트 예술궁전 Muveszetek Palotaja

◆홈페이지: www.mupa.hu

◆개관: 2005년 3월 15일

◆객석수: 바르톡 국립 콘서트홀 1699석(입석 136석 포함), 축제극장 450석, 다목적홀 130석, 이벤트홀

◆건축가: 가보르 조보키(Gabor Zoboki)

◆음향 컨설팅: ARTEC

◆부대 시설: 루드비히 현대미술관, 세미나홀, Vince 서점, Bohem Restaurant, P‘Art Coffee house, 음악도서관, 파노라마 테라스, Hangfurt Music Shop

◆상주단체: 헝가리 국립 교향악단, 헝가리 국립 합창단, 헝가리 국립 무용

◆주소: 1095 Budapest, Komor Marcell u. 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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