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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리의 화가 체포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뉴욕의 화랑가 소호(SOHO)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리의 화가」들이 수난을 맞고 있다.「거리의 화가」는 화랑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작품을 파는 무명화가들.이들은 수준높은 작품을 화랑보다 훨씬 싸게 팔고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등 소호지역의 명물로 사랑받아왔다.그러나 이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주거환경이 나빠지자 지역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뉴욕 경찰이 무허가 영업행위 혐의로 이들을 체포하기 시작한 것. 지난 한햇동안 체포된 「거리의 화가」는 모두 1백여명.처음엔 순순히 당하기만 하던 「거리의 화가」들은 사태가 심각해지자ARTIST(Artists' Response to Illegal State Tactics)란 항의단체를 결성하 고 반대시위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20여명의 「아티스트」회원들이 「예술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소호일대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회장인 로버트 레더먼은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파는 것은 자유경쟁이 보장된 자본주의하에서 기 업이 상품을파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거리의 화가」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그림을 빌딩벽 앞에 마구 진열해놓거나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곤 한다.어떤때는 온 도시 여기저기에 그림을 펼쳐놓을 때도 있다.시민 공통의 공간인 거리가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이들은 어떤식으로든 통제가 필요한 집단이다.』 이렇게 화가들과 주민들의 갈등으로 시작된 「거리의 화가」 체포문제는 이제 뉴욕 전체의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주민.경찰과는 달리 커피숍을 비롯한 상점과 화랑들은 이들이 미술 애호가들을 끌어들이는데 한몫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경찰의 입장은 좀 복잡하다.시장 루돌프 길리아니가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중의 하나가 「거리 부랑자 일소」였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까지 작품만 압수했을 뿐 단 한명도 기소하지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술을 위한 변호인 모임」소속의 변호사 마르크 아그니필로는그 이유를 『화가들의 작품 판매행위를 무허가 영업행위로 기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이 때문에 뉴욕 경찰은 「거리의 화가」 처리문제를 놓고 고민 에 빠져 있다.어디까지 예술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는가.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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