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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서 모두 나가라" 전화도 인터넷도 끊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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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의 기자실 폐쇄를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출입기자들이 10일 이전 거부와 출근투쟁을 결의했다. 국정홍보처는 그동안의 방침대로 11일부터 기존 송고실에 대한 일체의 취재.시설 지원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기자실의 인터넷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기사송고용 부스를 모두 철거하는 한편▶기자들의 송고실 출입을 완전 통제할 방침이다.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e-메일로 보내 주는 서비스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부청사 출입기자들은 기자단별로 잇따라 자체 회의를 열고 기자실 이전을 거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11일 이후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단은 정부가 11일 기존 기자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인터넷 선을 끊으면 노트북과 카메라 등 취재장비를 들고 기자실 입구에서 출근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또 탁자와 전기 콘센트 등 취재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각종 집기와 장비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11일 오전에는 출입기자들이 기자실 입구에 모여 침묵농성도 할 예정이다.

정보통신부 출입기자들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기자실 폐쇄 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또 정통부가 기자실 문을 강제로 걸어 잠그더라도 새 합동브리핑센터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총리실 출입기자들도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11일 이후 출근투쟁을 결의했다.

정부 과천청사의 새 합동브리핑센터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건설교통부 출입기자단도 이날 오전 기자단 총회를 열고 이전 거부를 결의했다. 기자단은 "정부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기자들을 몰아내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기자실 내에 특별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법적 대응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보처는 10일 오전 정부 중앙청사 10층 총리실 기사송고실 옆 취재지원실에서 프린터와 팩스.전화 등 사무집기를 미리 빼내려다 기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고 20여 분 만에 원상복구하기도 했다. 홍보처 관계자는 "기사송고실 자리를 사용하게 될 부처가 사무실 리모델링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실무자들에게 날짜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보처는 지난달 20일 밤 정부 중앙청사 5층 기자실의 에어컨을 떼어내고 이달 8일 기자들의 청사 출입을 막을 때도 "실무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에 대해 한 출입기자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잇따라 저지르면서 실무착오라는 얘기만 되풀이하는 것은 정부의 무능만 자인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를 집중 성토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노무현 정부가 언론에 대못질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정홍보처의 기사송고실 폐쇄는 철거민 추방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가 막힌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이번 조치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유린하는 발상"이라며 "언론 탄압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용도 보고 없이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받아쓴 것을 함께 거론하며 "국민의 혈세를 마구 써가며 허구한 날 언론과 전쟁했다"며 "국정홍보처가 아니라 '국정혼란처'이자 '국가기강 문란처'였다"고 말했다.

박신홍.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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