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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경선 불씨 되살린 모바일 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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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바일(휴대전화) 투표제'가 사그라져 가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흥행에 불씨를 살렸다. 9일 신당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경선 투표는 정보기술(IT)의 발전과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가 결합된 '모바일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계기사 6면>

시범적으로 3만 명의 제한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치른 것이었지만 모바일 선거인단의 투표율은 70.6%였다. 일반 선거인단의 투표율(19.6%)을 압도했다. 저조한 투표율 때문에 무늬만 국민경선이란 소리를 듣던 신당 경선이 아연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원래 모바일 투표는 '친노 후보' 중 한 사람인 한명숙 전 총리 측과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이 강력히 요구했었다. 경선 돌입 후 정동영 후보가 일반 선거인단 투표에서 앞서 나가자 이해찬 후보 측도 모바일에서 뒤집겠다며 총력을 기울였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가 인터넷이었다면 이번엔 모바일 영역에서 또 다른 '친노(親盧.친 노무현) 바람'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바일 투표에서 손학규 후보가 재미를 보면서 친노 진영의 계산은 빗나갔다. 이는 IT에 익숙한 20, 30대의 이념 성향이 2002년 이후 보수화됐다는 학계의 조사 결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신당의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연령별 비중은 19~29세가 25.3%, 30~39세가 32.0%로 젊은 층이 다수였다. 이런 구도에서도 이 후보가 3위에 그친 것은 과거 노풍의 진원지였던 20, 30대의 정치적 성향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 준다는 견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투표가 흥행에서 적시타를 날렸다는 점은 확실하다.

모바일 선거인단 등록 마감일이었던 10일 신당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가입 신청이 폭주하면서 종일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다. 이날 하루 선거인단 가입 신청을 한 유권자가 5만여 명에 달했다. 이는 각 캠프가 조직을 총동원해 지지층의 가입을 독려한 측면도 있지만, 직장.안방 등지에서도 간편히 투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증명되면서 잠재적 범여권 지지층이 모바일 투표에 대거 관심을 나타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1차 모바일 투표 결과가 발표된 9일 밤 이후부터 30대.화이트칼라 계층에서 가입신청이 쇄도했다는 게 신당 측 설명이다. 양길승 국민경선위 위원장은 "휴대전화 투표가 범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정창교 원내기획실장은 "2001년 일본 자민당이 총재 경선에서 우편투표제를 도입한 것을 보고 우리는 IT를 활용해 유권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경선방식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며 "2002년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이 정치개혁의 브랜드였다면 모바일 투표는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투표는 내용 면에서도 경선의 주목도를 크게 높였다.

경선이 조직력을 앞세운 정동영 후보의 일방적 독주로 싱겁게 끝나는가 싶었지만 모바일에서 손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극적인 반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4일 실시하는 8개 지역의 이른바 '원샷 경선'의 선거인단 수는 105만여 명이고 남은 모바일 투표인단은 21만여 명이지만 투표율을 감안하면 실제 투표수는 각각 21만여 표와 14만7000여 표로 차이가 크게 준다. 이론상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모바일 투표의 효과와는 별도로 이 방식이 비밀투표.직접투표 요건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위헌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모바일(휴대전화) 투표=선거인단으로 등록된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지 않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투표하는 것이다. 유권자는 자동응답(ARS) 전화가 걸려오면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녹음된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기호를 누르면 된다. 3회 연속 전화를 받지 않거나 비밀번호를 3회 틀렸을 경우 무효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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