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차기 대통령 ‘신이 내린 직장’ 꼭 수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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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게 없다. 그동안 공기업의 비리와 경영 부실이 숱하게 지적됐고, 공기업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으나 이 정부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자세로 일관해 왔다. 오히려 공기업을 낙하산 인사의 도구로 삼아 몸집을 불리고 경영을 악화시켰다. 그 결과 이 정부 들어 공기업 인력이 1만2000명이나 늘고 공기업의 빚은 40조원이나 불었다. 부실경영의 폐해는 그대로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돌아왔다. 공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2002년 34조원에서 지난해 48조8000억원으로 44%나 늘어났다. 공익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공기업이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것이다.

반면에 공기업은 한 번 들어가기만 하면 능력과 관계없이 정년까지 안락한 생활이 보장된다. 공기업은 대학 졸업생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 취업희망 직장이요, 공기업 직원은 1등 배우자감이 됐다. 적자가 나도 월급은 물론 성과급까지 꼬박꼬박 챙겨주고, 돈이 모자라면 정부 지원금으로 메우면 그만이다. 오죽하면 ‘신이 내린 직장’이니,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공기업 개혁을 줄기차게 촉구해 왔다. 그러나 이 정부는 출범 초부터 아예 공기업을 개혁할 의지가 없었다. 공기업 민영화는 중단됐고, 각종 복지대책과 맞물려 공기업의 덩치만 키웠다. 우리는 임기 막바지에 이른 이 정부가 공기업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차기 대통령에게 그 과제를 맡겼다(본지 10월 9일자 1면 2007 선택, 좋은 유권자 좋은 대통령). 공기업 개혁은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앞장서서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시간이 가면 강력한 이익집단인 공기업 종사자들의 반발과 로비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대선 후보는 민영화를 근간으로 하는 공기업 개혁안을 공약하고, 취임 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국민 앞에 다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