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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물가정책 指數관리보다 근본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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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즈음 정부는 94년도 하반기 경제운영문제를 놓고 경기과열을예방하기 위해 통화증가율을 하향조정해 물가의 지나친 상승을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분기중 전년대비 6.4%,2분기중에는 5.
5% 상승해 연6% 내외를 넘나드는 상황에 하반기 경기활황이 지속되고 투자.소비.수출등 총수요가 증가되면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과열경기의 출현도 예상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게다가 지나친 호경기는 경제의 잠재생산력을 초과하는 성장으로물가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더이상 늦기전에 통화공급률을 축소시킴으로써 과열을 예방하자는 논리다.그대로만 놓고보면 아주 그럴듯한 논리다.
그러나 이같은 경기의 조기안정정책은 몇가지 논리적 오류를 안고 있다.
첫째,호경기에 투자를 통해 산업의 체질을 강화해두지 않으면 그 경제와 사업은 영구히 체질개선을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한다.누가 불황에 대형투자와 폭넓은 합리화투자를 하겠는가.그렇게 투자를 하고 있다면 이미 불황이 아니다.불경기에는 기존설비의 합리화및 각종 省力化를 기하면서 외형을 줄이거나 동결시키고 다음번 호황초기에 새기술과 효율을 담은 최신설비에 투자함으로써 자동화를 기하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산업의 체질을 강화시키는것이다. 이러한 사이클을 몇번 반복하는 가운데 1인당생산성과 소득이 향상돼 결국 선진권진입이 가능한 것이다.즉 경기관리는 초단기적 대증요법보다 중장기적 전략개념하에 추진해야 한다.
둘째문제는 잠재생산력 논리다.초단기적으로 보면 한 국가의 노동력 공급,사회간접자본및 생산설비는 고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경기상승기에는 이 모든 제약요인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노동력 재훈련,유휴노동력의 참여증가및 외국인근로자 유 입등으로 잠재생산력을 키우게 된다.즉 경제성장은 주로 호경기에 일어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네덜란드나 호주는 우리인구의 3분의1~ 4분의1을 가지고 우리와 필적하거나 약간 더 큰 GNP를 매년 창출해 내고 있다.
세번째 문제는 물가억제와 물가대책을 혼동하는데 있다.우리나라는 과거 일관성있게 초단기 물가억제책을 사용해 왔다.물가대책은물가상승의 원인제거를 의미하고 물가억제는 물가지수 관리에 불과한 것이다.
즉 행정적으로 각종 생필품과 관리대상 가격상승을 억제하면 당장 물가지수관리에 효과가 있고 높은 곳에 보고하기도 좋다.그러나 그것은 물가상승의 지연이지 물가상승의 방지는 못된다.수입원유가격이 배럴당 20달러선에 육박하고 이것이 그대 로 국내 유류나 석유화학제품및 산업원료 가격에 이전될때 그 물가상승효과는분명 우려된다.그러나 그 효과를 세금삭감으로 완충시켜 버리면 단지 물가지수관리는 될지 몰라도 잠재인플레 압력은 더 커지고 세계실정과 동떨어진 우리의 석유의존도 증가와 산업체질 왜곡은 결국 누군가가 부담하게 된다.그 부담이 바로 초과수요촉진 형태로 경기억제에 역작용으로 나타날 것은 당연하다.
물가억제.지수관리 같은 군사.문화적 경제정책은 이젠 탈피할 때가 됐다.
그러면 건전한 물가대책은 과연 있는가.물론 있다.
우선 코스트상승요인을 제거하라.팽창하는 총거래량을 과거보다 덜 증가하는 통화량으로 달성토록 강요하면 「돈의 값」 즉 실질금리는 오르게 되어있다.이미 시중 실세금리는 12%를 넘어 계속 오르고 있다.
이 금리상승이 각종 제조코스트증가를 유발하고 물가에 전가될 것은 당연하다.그것은 행정적으로 임시 지연시킬 수는 있으나 막을 수는 없다.영원히 막으면 기업의 체질이 개선된다고 믿는 이도 있으나 현실은 도산의 속출로 연결되고 있다.
다음 생산과 공급을 늘려라.총수요관리차원에서 신규설비투자를 경기과열상황에서는 잠시 연기하되 기존설비는 최대가동토록 도와주어야 한다.그래도 공급부족이 예상되면 미리미리 수입을 준비시켜병목현상에 대비하라.지금쯤 각 부처와 산업담당기 관들은 공급부족예상표를 작성하고 수입촉진 리스트를 만들때다.그리고 총수요관리차원에서 정부산하 각종 공사들의 투자집행을 연기하라.
전화쓰기가 좀 불편하고 에어컨 좀 덜 틀어도 좋으니 경기과열위험이 지날때 까지는 공공부문의 설비투자는 억제하고 생산과 제품공급에 치중하라.
그다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투자집행을 잠시 연기하라.
SOC투자집행은 불경기에 경기보완차원에서 극대화하고 경기과열이예상되면 총수요관리차원에서 일단 집행을 연기하라.또 기존 SOC능력의 사용과 부하는 국제경쟁을 안해도 되는 비교역부문 특히공공부문에서 절제하고 다만 물가상승요인이 되는 분야의 SOC사용은 그 우선순위를 주자.즉 SOC사용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 선택은 경기안정과 국제경쟁력 유지에 두자.
정부는 건실재정이 즉 경제안정이라는 단순논리에서 벗어나 경기안정 채권의 적극운용으로 시중의 자금을 흡수하자.즉 통화공급증가율은 고정시키고 이자율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자금을 흡수하되 이 자금은 불경기에 공공부문 투자나 SOC투자에 사용하자.
선진국에서는 이것을 물가중립적 적자재정이라 부른다.
경기지표가 상승하면 우선 통화증가율을 조작하는 냄비형 정책과물가가 오르려하면 물가지수를 관리하려는 행정편의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건전한 물가대책과 경기관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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