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 집행부 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신정아씨 사건'으로 안팎으로 고초를 겪었던 불교 조계종이 총무원 집행부 총사퇴에 이어 조속한 후임 인사를 단행하는 등 내부를 향한 혁신과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부장단에 대한 후임 인사로 총무부장 원학(圓學)스님, 재무부장 장적(藏寂)스님, 사회부장 세영(世英)스님, 호법부장 정만(正滿)스님을 임명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8일 집행부 일괄 사표에 이어 이튿날 후임 인사가 단행됐다. 이례적인 '속전속결'이다. 불교계 내부의 분위기를 혁신하겠다는 총무원장 스님의 확고한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임 총무부장 원학 스님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불교계가 대사회적으로 좋지 못한 모습으로 비친 것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통절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무부장은 총무원 집행부를 총괄하는 수석 부장이다.

불교계 관계자는 "지난 집행부가 계파의 이해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안배 차원이었다면, 이번 집행부는 무척 강화된 '실무형'이라고 평할 수 있다. 총무원장 스님의 내부적 영향력 강화와 종단 결정사항에 대한 집행력을 한층 높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또 19일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법회에서 불교계 내부를 향한 강도 높은 참회와 자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할 예정이다.

한편 9일 오후 서울 조계사 앞마당에서 불자들을 대상으로 '조선일보 구독 거부'에 대한 서명운동이 열렸다. 5일 열린 교구본사 주지회의 결의사항에 대한 집행 차원이었다. 당초 원론적인 차원에서 대언론 성명을 준비하던 이날 주지회의는 몇몇 스님이 조선일보 기사를 일일이 지적하면서 강경 분위기로 돌변, '구독 거부'라는 초강수를 쓰게 됐다고 불교계 관계자는 전했다.

서명운동에 나선 조계사 기획국장 영공 스님은 "먼저 최근 불교가 보여준 모습에 깊이 참회한다. 그러나 불교를 마치 우리 사회의 '걸림돌'처럼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선 분명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계종은 태고종.천태종.진각종 등 27개 종단이 참여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지관 스님) 측에도 조선일보 구독 거부 운동에 대한 협조요청서를 보냈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