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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명박 후보 교육개혁안 좀 더 과감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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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공교육은 지금 붕괴 직전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들은 아우성이다. 우리 교육이 싫어 조기 외국 유학생이 부쩍 늘었고, 가정 붕괴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생겼다. 획일적인 평등주의 교육이념을 교육현장에 강요해 온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앞장선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세계는 우수인재를 키우는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중시하는데 우리 정부는 갈수록 하향 평준화를 고집하니, 공교육은 완전히 무너졌다. 정부가 대입·고입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입시정책은 수시로 변하면서 나빠지니까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내신·논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대입은 힘들어졌다. 이러니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외국으로 떠나고, 대학·교수들이 정부에 집단 반기를 들고,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까지 생긴 것이 아닌가.

이 후보의 공약은 학교·교원 간 선의의 경쟁 강화, 학생의 학교 선택권 확대, 대학의 자율권 신장 등을 통해 우리 교육을 대폭 수술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온 내용과 유사하지만, 대수술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많다.

첫째 대학 자율권을 대폭 보장해야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올해 초 우리 정부에 대학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라고 권고했을 정도로 정부 간섭은 매우 심각하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 선발권이다.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도 부족해 시시콜콜 개입한다. 대입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선발 방식이 다양해져 사교육이 줄고, 공교육이 충실해진다. 하루빨리 본고사를 자율화해야 한다. 그러면 고교등급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면 된다.

둘째 획일적인 고교 평준화 정책을 대폭 보완해야 한다. 평준화의 순기능도 있지만, 학력 저하란 부작용도 낳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여 년 전 특수목적고 제도가 도입됐는데, 노 정부는 이마저 말살하려 한다. 그러나 학생·학부모의 특목고·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다. 평준화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특목고를 없애기보다 일반고 수준을 높여 ‘상향 평준화’로 가야 한다. 그것이 평준화 틀을 유지하면서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그리고 교육부가 더 이상 막무가내로 대입·고입에 간섭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셋째 교원평가제·교육정보 공개 등으로 학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교육재정 확충 등을 통해 교원들의 경쟁력·사기를 높여야 하지만, 부적격·무능력 교원은 과감하게 솎아내고 우수 교원은 우대하는 교원 인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더 이상 교원단체나 교원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전교조로 인해 얼마나 폐단이 많은가. 그 밖에도 대학 경쟁력 강화·계층 간 학력 격차 해소 등 해결 과제는 많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이자, 미래를 이끌어가는 최대 자산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는 더욱 그렇다. 선진국들이 교육개혁에 열심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갈수록 후퇴했다. 이제 우리 교육을 대수술해 회생시켜야 한다. 그것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다. 이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들도 대책을 내놓아라. 그러나 정치적 포퓰리즘에서 장밋빛 환상만 제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혼란만 부추긴다. 냉철한 현실 인식 아래 제대로 된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