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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3000만원대 수입차 '거침없는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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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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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송희연(35)씨는 최근 혼다 CR-V 4륜구동 모델을 샀다. 송씨는 “수입차인데도 싼타페와 가격(3490만원)이 비슷해 구입하게 됐다”며 “수입차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줄어들어 수입차를 구입하는 동료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3000만원대의 수입차들이 몰려오고 있다. 혼다를 필두로 수입차 업체들이 선보인 3000만원대의 차량은 ‘수입차=비싼 차’라는 인식을 깨뜨렸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 덕분에 소비자 층이 30대로 확산하면서 수입차 판매가 확 늘었다. 8월엔 수입차 업체들이 ‘마(魔)의 벽’으로 여겼던 시장점유율 5%(5.02%)를 넘겼다.

혼다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자 닛산·미쓰비시 등도 잇따라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이 공략하는 시장은 역시 ‘3000만원대’다. 국산 중형차(1000만원대 후반~2000만원대)보다 약간 비싼 차로 국산 중형차를 타다 차를 바꾸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혼다가 연 3000만원대 시장=과거 수입차 시장은 5000만~7000만원대 고급차가 주류였다. 2003년엔 벤츠·BMW·렉서스 3개 프리미엄 브랜드가 전체 수입차의 60%를 차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2003년 일본 대중차인 혼다가 진출한 뒤 지각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3000만원대 모델을 앞세우면서 무섭게 성장해 지난해엔 수입차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CR-V는 올 들어 월 평균 300대씩 팔리면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혼다 측은 “CR-V는 너무 잘 팔려서 물량이 달린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과 크라이슬러 등 3000만원대 모델을 내세운 브랜드들은 지난달 300대 이상을 팔아 판매량 순위 4, 5위를 기록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골프 TDI와 제타 TDI의 가격을 낮춰 300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젊은 고객 층을 수입차 시장으로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 수입차 구매자 중 30대의 비율은 지난해 처음 40대를 약간 앞섰고, 올 들어서는 30.7%까지 높아졌다. 올해 30대가 가장 많이 산 수입차 브랜드는 혼다-폴크스바겐-BMW-푸조 순. 국산차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모델을 많이 내놓고 있는 업체들이다.

◆미쓰비시·닛산·아우디도 진출=내년엔 3000만원대 수입차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미쓰비시와 닛산이 각각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한국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국닛산은 내년 10월 닛산의 3개 모델(로그·무라노·알티마)을 한국에 들여온다고 9일 공식 발표했다. 이 행사에서 닛산 본사의 콜린 닷지 수석부사장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혼다와 폴크스바겐, 크라이슬러”라고 선언했다. 한국닛산 손창규 전무는 “지금까지는 수입차가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이었지만 실용성을 고려한 수요층이 늘어나고 있다”며 “3000만원대 수입차의 비중은 2~3년 내에 50%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는 내년 6월께 한국에 들어온다. SUV 파제로와 준중형 세단 랜서, 중형 세단 갤랑 등 3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 판매를 담당하는 대우자동차판매 측은 갤랑과 파제로는 3000만원 내외, 랜서는 2000만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른바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아우디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은 내년 하반기께 중소형 해치백 A3를 한국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A3 판매가격은 3000만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BMW도 독일 현지에서 2만8750유로에 판매되는 1시리즈를 들여오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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