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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단짝' 픽사·디즈니 결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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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윈-윈'게임이었던 픽사와 월트 디즈니의 결합이 깨졌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흥행작 '니모를 찾아서'를 공동 제작했던 두 회사는 지난달 29일 기존 계약에 대한 10개월에 걸친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할리우드에선 양사의 결별이 어느 쪽에 더 큰 타격을 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단 주식시장의 반응은 분명하게 갈렸다. 다음날 디즈니 주가가 1.8% 떨어진 반면 픽사는 3.4%나 올랐다. 증시는 디즈니가 좋은 사업 파트너를 놓쳤다는 쪽으로 판단한 것이다.

양사는 1995년 의기투합해 '토이 스토리'를 출시한 후 '몬스터 주식회사''토이 스토리 2''벅스 라이프''니모를 찾아서'로 잇따라 빅히트를 쳤다. 이들 다섯편의 입장권 수입(전세계)만 25억달러를 넘어섰으며, DVD와 비디오 테이프도 약 1억5천만장이 팔렸다.

두 회사의 강점이 잘 어우러진 결과였다. 픽사가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면 디즈니가 막강한 배급망을 통해 세일즈를 끝내주게 했다.

그런데 좋은 기술을 가진 픽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기존의 계약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배급만 하는 디즈니의 몫이 너무 많다고 본 것이다. 기존 계약에 따르면 앞으로 나올 두 작품('인크레더블' '자동차')의 소유권도 디즈니가 갖는 것으로 돼 있다. 잡스는 기존 다섯 작품에 대한 디즈니의 단독 배급권도 통상적인 20년이 아니라 5년으로 단축하길 원했다. 그러나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잡스는 협상 결렬 후 성명에서 "제작된 영화에 대해 픽사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다른 파트너를 찾겠다"고 밝혔다.

영화업계 전문가들은 협상 결렬로 디즈니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최근 부진한 가운데 픽사만한 파트너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작품 경쟁력이 충분히 입증된 픽사는 디즈니가 아닌 다른 메이저 영화사와 손잡고 배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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