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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청년 실업 재미있게 구제할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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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6시대는 TV방송으로는 황금 알을 줍는 시간대다. 낚싯대만 들이대면 고기가 척척 미끼를 물 듯, 프로그램이 웬만큼만 받쳐주면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KBS '일요일은 101%'는 그동안 쑥스러웠다. 그 좋다는 오후 6시대의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서도 시청률은 5% 언저리에서 맴돌았던 것이다.

"돌솥비빔밥 먹고 싶은 사람한테 자장면 갖다준 거나 마찬가지죠."

전진학PD의 말마따나 신나는 오락물을 원하는 시청자에게 '청년 실업 구제'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앞세웠으니 시청자들이 편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명색이 오락프로그램인데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 고고함으로 버텨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일까.

제작진이 새로운 처방을 들고 나왔다. 쓴 약을 쉽게 삼키도록 설탕을 바르기로 한 것이다. '일요일은 101%'의 간판 코너인 '꿈의 피라미드'. 청년 실업자에게 취직의 기회를 주는 이 코너에 연예인을 대거 출연시키기로 했다. 이전에는 사회자 유정현.이혁재를 제외하고는 연예인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또 매회 한 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을 취했던 전편과는 달리 이달부터는 5주간 매회 취업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지나치게 경쟁을 유발해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북함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주에 방송하는 대한항공 편부터 적용된다. 대항항공에게서 다섯 명을 뽑겠다는 약속을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S사 등 국내 유명기업 20여곳이 참가를 신청했음에도, LG전자와 KTF에 이어 세번째 기업으로 대한항공을 고른 것도 다분히 시청률을 노린 전략이다. 용모 단정한 20대 초반의 여성 스튜어디스 지망생 10명으로 최대한 눈길을 끌고, 양념으로 가수 이민우와 이성진.토니 등 남자 연예인을 등장시켜 재미를 극대화하겠다는 속셈이다. 지난 1일 밤 김포공항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대한항공편의 첫 녹화에는 스튜디어스 출신의 탤런트 이승연이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나와 출연진들에게 강의를 했다.

전PD는 "취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어서 오락성을 가미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공익적 요소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히 가미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낯익은 연예인을 출연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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