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피하려 인신보호 청원 냈던 김경준씨 항소 포기 … 조기 귀국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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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사진) 전 BBK 대표의 귀국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이명박 후보 측에서 나왔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7일 "미 LA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가 한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냈던 인신보호 청원 항소를 10월 초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김씨의 한국행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항소를 취하한 만큼 이제 자진 입국을 원하면 곧바로 한국에 들어올 수 있고, 자진 입국을 원하지 않아도 미 국무부가 60일 내에 한국으로의 인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씨는 자신이 설립한 투자자문회사 BBK를 통해 380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2001년 투자자들에게 고발된 뒤 미국으로 도주했다. 2004년 1월 한국 법무부로부터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미 정부는 김씨를 체포했고, LA 연방법원은 한국으로 송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김씨는 계속 미국에 남게 해달라는 '인신보호 청원'을 미 법원에 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

문제는 김씨가 이 후보와 함께 2000년 'LK-e뱅크'라는 사이버 금융지주회사를 함께 차린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박근혜 전 대표 측과 범여권은 한나라당 경선전에서 "이 후보가 금융사기를 일으킨 BBK 사건에 깊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후보는 "LK-e뱅크를 차려 김씨와 동업했지만, BBK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사실상 BBK를 창업했고, 투자 유치도 했다.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가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해 김씨의 귀국 여부는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인식돼 왔다. 당내에선 "김씨의 주변 인물과 간접적으로 접촉해 보니 김씨의 귀국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가 이 후보에 누명을 씌우거나 허위 주장과 폭로에 나서 대선 정국이 시끄러워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BBK 사건=김경준씨가 1999년 외국계 투자자문 회사인 BBK의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BBK 사장인 김씨는 2000년 2월 이명박 후보와 30억원씩을 투자해 LK-e뱅크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김씨는 BBK 한국지사가 외국 기업에 인수합병된다는 설을 퍼뜨려 주가를 급등시키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었고, 회사 자금 380억원을 빼돌린 뒤 미국으로 도피했다. 2002년 BBK 피해자 일부의 고소 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후보가 김씨의 사기 행각과 무관하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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