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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니폼 … 더는 못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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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팬들은 ‘막강 현대 영원하리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마지막 응원을 벌이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아듀, 유니콘스.’

현대 김수경이 마지막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김정현(26·서울 송파구)씨는 5일 아침에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가 이날 고별전을 치른다는 생각에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현대-한화전이 열리는 수원종합운동장을 찾은 그는 유니콘스 마스코트와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는 못 할 응원을 목이 터져라 했다. “좋은 기업을 만나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기 바란다”고 기원했다.

 경기장엔 평소의 네 배 정도인 1000여 명의 팬이 찾아왔다. 팬클럽 회원은 아니지만 현대가 좋아 유니폼을 사 입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휴가를 낸 이도, 멀리 일산에서 응원하러 온 팬도 있었다. 이들은 ‘현대는 영원하리’ 등 글을 흔들며 마지막 응원전을 펼쳤다.

 현대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에서 현대는 2-0 승리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선수단은 그라운드로 내려온 팬들과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아쉬움을 함께했다.

 현대는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바뀐 유니폼을 입고 내년 시즌을 시작한다. 만일 매각 작업마저 난관에 부닥친다면 현대 구단이 존속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기 후 눈시울을 붉힌 김시진 감독은 “나와 선수들은 내년에도 변함없이 야구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정대로 16일엔 마무리 훈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애도하는 팬들의 글로 메워졌다. 유정목씨는 “수원 구장에서 마지막으로 원 없이 소리 지르고 오겠다”며 “인수할 기업이 없어 구단이 해체되면 야구를 끊을 생각”이라고 했다. 안은주씨는 “짐을 싸다가 현대 기념품들을 보고 통곡을 했다”고 썼다.

 현대는 1985년 9월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해 96년 시즌부터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초보 감독 김재박을 영입한 뒤 과감한 투자로 98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네 차례나 우승하며 신흥 명문 구단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2001년 모기업 하이닉스가 채권단에 넘어가고, 2003년 정몽헌 구단주가 목숨을 끊으면서 야구단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대 계열사 일부가 갹출한 지원금으로 겨우 운영하다가 올해는 현대해상을 제외하곤 모두 지원을 끊어 차입금으로 구단을 꾸려야 했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11월까지는 인수 구단을 결정짓겠다”고 말했고 STX·농협 등과 협상 중이다.  

수원=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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