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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인터넷 정치' 무책임한 포퓰리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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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터넷과 한국정치 : 정당정치에 대한 도전과 변화

강원택 지음
집문당, 188쪽
9000원

인터넷이 가져온 우리 삶의 변화를 정치의 측면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인터넷 정치’는 기존의 ‘정당 정치’를 대체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프라와 보급률이 세계 최상위권이고,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의 막강한 정치적 효과를 경험했으며, 다시 또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점에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치적 의사 표현이 쉬워지고 그만큼 참여의 폭이 넓어졌지만 그 결과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의 논의는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터넷이 가져온 극명한 변화상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느 매체에 호소하겠느냐’는 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대변한다. ‘인터넷에 직접 올리겠다’는 응답이 39.6%로 가장 높게 나왔고, 그 다음은 ‘시민단체에 알리겠다’ ‘신문사 혹은 방송국에 알리겠다’는 순이었다고 한다. 개인들이 정당이나 언론의 도움 없이도 중요한 의제를 사회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당 또는 국회의원을 찾는다’는 응답은 0.2%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엔 정당 정치에 대한 오래된 불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민주화와 함께 탈권위적 사회로 변화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같은 변화가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그리고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정당 정치가 무너져선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정치’를 저자가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인물 중심의 정치를 강화시키면서 원칙이나 이념을 토대로 하는 정당 구조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인 팬클럽의 부상을 우려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이슈가 주로 부각됨으로써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만연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도 ‘인터넷 정치’의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대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인터넷 정치’가 되돌릴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된 시대에 적합한 정당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저자는 독자와 함께 모색해보자고 제안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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