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불신의 벽 느껴 … 경협에 역지사지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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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3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담장인 백화원 영빈관 앞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솔직히 벽을 느끼기도 했다. 불신의 벽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오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첫 번째 정상회담을 마치고 난 뒤 이렇게 소회를 털어놨다.

'평양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에서 남측 대표단과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식사 전 오찬사에서 '개혁.개방이란 용어에 대한 북측의 불신과 거부감'을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도 역지사지(易地思之.처지를 바꾸어 생각함)해야겠다"며 "남측이 신뢰를 가지고 있더라도 북측은 아직도 남측에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옥류관 발언은 두 정상이 회담에서 어떤 의제를, 어느 정도 얘기했는지를 짐작게 했다. 오찬사를 마친 뒤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역사적 현장에 함께하고 계시다"며 "김 위원장과 북측 인민들의 건강과 행운을 함께 기원한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특별 수행원으로 참석한 최태원 SK회장은 노 대통령의 오찬사 장면을 휴대하던 카메라로 촬영했다. 최 회장은 오찬이 시작되기 전에도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연장자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에게 기념사진을 찍어 주며 노 대통령을 기다렸다. 다음은 노 대통령 발언 요지.

우리는 개성공단을 '개혁.개방의 표본'이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우리 관점에서 편하게 얘기한 것 아니었나 싶다.

(김 위원장과)숨김없이 진솔하게 얘기를 나눴다. 모든 부분에 인식을 같이하지는 못했지만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계시더라.

경제 공동 번영과 협력 교류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했다. 화해와 통일 분야에 대해선 논쟁이 따로 없었다. 쉽지 않은 벽이 있었다. 그건 의심이다. 경협과 개방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어제 김영남 위원장과의 면담도 그렇고 오늘 정상회담도 그렇고….

차비가 많이 들었다. 성과를 거둘수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용환 기자, 평양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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