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론' 으로 북 개혁·개방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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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오전 평양 1차 정상회담에 앞서 백화원 영빈관에 걸린 험난한 파도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1차 회담을 마친 뒤 노 대통령은 남측 수행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다"며 "우리의 마음도 급하다"고 말했다. [평양=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오전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선언 형식으로 공동 발표하기로 했다. 선언에는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 경제협력 ▶남북 화해와 협력 방안에 대한 정상 간 합의사항이 포괄적으로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며 "(회담 전체의 내용을 담은) 선언을 양 정상이 4일 함께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준비해 온 의제들은 거의 모두 개진했다"고 전했다.

이날 베이징에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합의문이 채택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이행 전망이 밝아졌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4분부터 11시45분, 오후 2시45분부터 4시25분까지 총 3시간51분 동안 백화원 영빈관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오전 회담 직후 가진 남측 수행원들과의 옥류관 오찬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으니까 우리 마음이 바쁘다. 중국도 물리쳐야 하고 일본도 물리쳐야 하니까 마음 급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김 위원장을 '샌드위치론'으로 설득했음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지만 남측이 신뢰하고 있는 사안에 북이 의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개혁.개방에 대한 (북측의) 불신과 거부감이 그렇다. 속도에 있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장애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개성공단의 경우 아주 성공한 사업이라는 우리 관점이 북이 볼 때는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역지사지하지 않은 표현"이라며 북한의 개혁.개방을 둘러싼 일부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거듭 촉구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를 '평화벨트'로 엮는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해주와 남포 등에 제2의 공단을 조성하거나 특구를 개발하는 방안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대동강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김 위원장은 함께 관람하지 않았다.

김정욱 기자, 평양 공동취재단

◆샌드위치 코리아=풍부한 노동력과 저임금을 앞세운 중국과 기술력에서 앞선 일본 사이에 끼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빗댄 말이다. 올 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국의 경제상황을 '샌드위치 신세'에 비유하면서 회자됐다. 이후 외교.안보.문화.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이 처한 상황을 일컫는 말로 자주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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