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실천 의지 요구되는 2단계 북핵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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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개된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은 2단계 조치의 핵심인 3개 핵시설의 불능화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올해 말까지 이행하며,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북한에 대해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중단키로 했다. 미국 측 조치의 이행 시한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북·미 간 제네바 실무그룹 회의에서 도달한 컨센서스에 기초해 북한 측 조치들과 병렬적으로 완수한다고 밝힘으로써 연내 이행이 목표임을 암시했다. 합의문은 납치 문제를 의미하는 ‘미결 관심사안’의 해결을 위해 북·일 간에도 집중적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합의문은 비핵화 2단계 조치 이행에 필요한 제반 요소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그렇다 보니 모호한 요소가 적지 않다. 최대 관심사항인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한다’고만 돼 있지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 핵시설 불능화 문제에 있어서도 구체적 불능화 수준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런 점들을 둘러싼 이견에 발목이 잡혀 합의문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합의문에서 핵 물질, 기술,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함으로써 테러지원국 해제에 필요한 미국 내 정치적 합의를 배려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속단하기 어렵다.

아무튼 2단계 조치 이행에 필요한 로드맵은 마련된 만큼 남은 문제는 실천 의지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경구를 뛰어넘는 길은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모든 참가국이 합의문의 성실한 이행에 최선을 다하느냐에 달려 있다. 합의문에 결집된 비핵화의 동력을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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