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에 경찰이 와서 하는말이…/“앞으로 문단속 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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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은평구일대 맞벌이부부 빈집털이 잇따라/경찰 “요즘범인 지문도 안남긴다”며 수사외면
맞벌이 부부인 회사원 석현영(31)·김성미(31)씨는 신혼 3주일째의 단꿈이 요즘 불쾌감으로 변했다.
지난달 27일 출근한 사이 서울 은평구 갈현동 다세대주택 반지하13평 셋방에 도둑이 들어 금가락지·목걸이·팔찌·루비반지등 결혼예물과 카메라·현금 1백여만원및 넥타이핀·선글라스까지 모두 3백여만원상당의 금품을 훔쳐간 것이다.
재형저축 통장으로 은행에서 1천2백만원,친척의 사채등으로 전세금 2천5백만원을 모두 빌린 형편이기 때문에 3백만원이라는 돈은 석씨부부에게 「거금」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돈보다 더 불쾌한 것은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경찰의 행동이었다.이날 오후 9시쯤 퇴근하자마자 도둑이 든 사실을 발견하고 부부는 즉시 인근 구산파출소에 신고했다.20분이나 지난뒤 출동한 경찰은 『요즘 범인들은 장갑을 끼고다니기 때문에 지문채취가 불가능하다』『이런 사건은 흔하기 때문에 범인을 잡을 수 없다』며 사건이 「당연한」 것인양 범인을 찾으려는 생각을 단념하라는 설득만 했다.
경찰은 처음에 수사할 생각도 않다가 항의를 하자 그제서야 피해품 조사만 하고 『앞으로 문단속을 잘하라』는 「주의」를 주고 40여분만에 돌아간뒤 아직까지 아무연락도 없다는 것이 석씨부부의 얘기다.
이 동네에는 석씨집 길건너편 대조동에 사는 맞벌이가정인 윤중모씨(40·우성건설과장)집에도 29일 낮에 단독주택 화장실 창문을 통해 도둑이 들어 올림픽기념주화등 각종 기념주화 4백여개,옛날돈 10여장,가계수표 21장,패물등 6백여만원어치의 금품을 털어갔다.
이번주초 윤씨 옆집 다세대주택 반지하 신혼부부 셋방 두집에도 도둑이 들어 각종 패물과 현금을 털어 달아나는등 이 일대에서 맞벌이부부 집만 노리는듯한 대낮 빈집털이가 최근 잇따르고 있으나 경찰의 태도는 석씨집에서나 마찬가지로 소극적 이라는 것이다. 『패물함만 제외하고는 화장실에서 뜯어낸 창문이나 경대의 지문채취시도도 안하는 거예요.방안에 흙이 잔뜩 묻은 발자국도 떠가지 않고 수사할 의지가 없는 것 같았어요.』 대조동 도난피해자 윤씨는 20여분간 건성으로 수사를 끝내고 돌아간 경찰을 이젠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같은 피해주민들의 불만에 대해 관할 은평경찰서측은 『이 지역이 집·마을 구조가 복잡하고 범인이 증거를 남기지 않는한 장물취득자를 대상으로한 기본수사밖에 할 수 없어 주민들이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신성식·유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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