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진출하는 가수 이수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가수 이수영(본명 이지연·25)이 ‘제2의 보아’를 꿈꾸며 일본에 진출한다. 오는 7일 국내 고별 콘서트를 가진 뒤 이달 중순 일본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일본어로 된 음반 제작도 마쳤다. 타이틀은 아직 미정이며, 올 3월 현지 판매에 들어간다. 일본 음반 관계자들은 그녀가 일본 여성 가수에게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음색을 지녀 주목을 끌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30일 이수영을 만났다. 노란색 상의에 체크 무늬 자켓 차림.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또박또박 질문에 답하는 그는 천상 20대 중반의 처녀였다. 그렇다면 마치 인생을 다 산 듯한 처연한 목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가 데뷔할 당시 '소녀 가장'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인터뷰에 앞서 李씨의 매니저는 "우리도 얘기를 꺼내지 못할 만큼 컴플렉스가 심하다"며 가정 환경에 대해선 묻지 말아주기를 몇번이나 당부했다. 그래도 어찌 가수에게 음악과 인생을 떼어놓을 수 있을까. 자연히 이야기는 그의 성장 과정으로 흘러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고3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두분 다 교통사고였지요. 혹시 지병으로 그랬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텐데…. 슬프기도 했지만 어떻게 살아갈 지 너무 막막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 제가 가수로 데뷔하려 했기 때문에 두 동생을 건사하기에 아주 어렵진 않았다는 점이에요."

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안 해본 일이 없으셨어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혼자 된 젊은 아주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자연히 집안 분위기도 어두웠죠. 내성적인 제가 어릴 때부터 그토록 노래에 목말라했던 건 어쩌면 이 세상과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게 노래 밖에 없었기 때문일 거에요."

그의 노래엔 어딘가 슬픔이 담겨져 있다. '오리엔탈 발라드'라 불리는 그녀 만의 독특한 음색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감정선을 끌고 가는 힘은 20대 중반의 여성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성숙해있다.

"경험이 있으면 자연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겠어요. 애잔한 노래를 부를 때 제가 몰입할 수 있는 건 고달프고 외로웠던 지난 시절을 순간순간 떠올리기 때문일 거에요. 요즘은 오히려 너무 청승맞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어요."

그는 지난해말 MBC 가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곤 울음을 터뜨렸다. 대성통곡이라 할 만큼-. 그건 꾸며진 눈물이 아니라 뭔가 맺혀있는 사람들 만이 보일 수 있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방송 끝나고도 대기실에서 1시간 넘게 울었어요.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그동안 고생했던 순간도 떠오르고…. 분명한 건 어떤 매듭을 지었다는 느낌이에요. 지금껏 나를 짓눌러온 아픔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고 할까요?"

올해들어 그에겐 좋은 일만 생기고 있다. 5집 '디스 타임'과 스페셜 앨범 '굿바이'가 합쳐서 66만여장이 팔려 지난해 최고 음반 판매량 가수로 등극했다. 예전 발라드 곡들을 리메이크해 만든 '클래식' 앨범도 발매 20일 만에 15만장이 넘게 팔렸다. 그토록 꺼린다는 과거 얘기를 이날 인터뷰에서 술술 털어놓은 것도 이런 경사스런 소식들 덕분이 아닐까.

"너무 동정어린 시선으로 저를 보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려고 해요. 과거 없이는 현재의 저도 없는 거니까요."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