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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한미대사 4명이 보는 남북정상회담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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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는 25일에 개최될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전임 주한 미국대사들의 시각은 어떤 것일까. 다음은 더널드 그레그전대사를 비롯,제임스 릴리·리처드 워커·윌리엄 글라이스틴(이상 재임 역순)등 4명의 전임 대사들이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남북 정상회담의 전망과 평가·당부 등을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도널드 그레그/“모든면에서 서로에 도움”
정상회담이 기본적으로 잘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 전망을 하고 싶다.한국이나 북한 모두 회담결과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으며 경제·외교·국방등 모든 면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담 성사 과정에서 한국대통령이 먼저 평양을 방문키로 결정한 것은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이는 한국이 기꺼이 북한의 체면을 세워줄 만큼 성의와 자신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회담 전략상으로도 상대방의 호의를 기대케 할 수 있는 좋은 접근법이라고 평가한다.이와 관련해 북한 지도자의 서울 답방을 꼭 실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북한 지도자의 서울 방문은 단순히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준다는 사실 외에 그들의 기존 사고와 가치관에 일대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남북 회담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제3자 입장에서 함부로 말하기 어렵지만 과거 미국의 입장을 예로 든다면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이 당시 소련과 협상을 하면서 견지했던 원칙은「(상대방에 대해)신뢰감을 갖되 모든 것을 분명히 처리해나 간다」는 것이었다.즉 믿음을 토대로 하되 문제점들은 명백히 짚어내 풀어나간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길이 아닐까.덧붙여 어떤 경우든 신중함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하고싶다.
◎제임스 릴리/“북에 베푸는 대범함 필요”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획기적인 일이다.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한국은 보다 전진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할 것으로 본다.
엄밀히 말하자면 북은 남과의 경쟁에서 패배자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같은 「현재」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북한이 단기적으로,또 전술적 측면에서 이득을 원한다면 한국은 이를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대범함이 필요 하다고 본다.다시말해 장기적인 시각에서,먼 미래를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협상을 이끌어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남북한간의 정상회담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의 예를 돌이켜 볼때 북한은 실행이 불가능한 사안들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워 성사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따라서 이번의 경우 실무단계의 협의에서 여러가지 실행 가능한 현안들을 찾아내 이를 실천해감으로써 우선 양측간에 신뢰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 절대 긴요하다.
일단 협상에 들어갈 경우 제재나 군사적 대응등과 같은,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용어는 일절 사용치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어떤 상황에서든 외교적으로 현안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상대방에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리처드 워커/“공동선 목표 끝까지 견지”
앞으로 회담이 진행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닥칠 수 있겠지만 호혜적 입장에서 대화의 기회를 갖는 것 자체가 일단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남북 양측은 지난 20여년에 걸쳐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성사가 된 만큼 기대도 적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남북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에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협상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추구하겠다는 긍정적 입장을 끝까지 견지해나갈 때 상대방으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양측간에 걸려 있는 현안은 한두가지가 아니며 그 하나하나가 쉽사리 풀기 어려운 것들일 수도 있다.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결국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과제인 만큼 인내와 성의를 갖고 풀어 나가야할 것으로 본다.북한은 현재 IAEA의 사 찰팀을 그대로 남아있게 하는 등 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그러나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돼나가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국제사회의한 가족이 될 의향이 있는 것인지를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바로 이점이 회담의 성패를 결정짓는 주요한 토대가 돼야 할 것으로 본다.
◎윌리엄 글라이스틴/“장애 돌출해도 과민말길”
남북 정상회담은 우선 장단기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 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북한측 협상 상대들은 예측이 어렵고 다소 거칠며 전략에 능한전문가들이다.따라서 협상 대목 곳곳마다 예기치 못한 장애물들이 숨어 있을 수 있다.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은 지나치게 과민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주도권을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렵다.성공과 실패의 확률이 50대 50이라 본다.굳이 하나를 택하라면「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솔직한 견해다.미국과 북한의 협상 역시 결국 같은 상대라는 맥락에서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과는 별개로 협상이 꾸준히 시도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으며 그러한 기대 속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한국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경색된 자세에 가급적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즉 한국은 늘 유연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한국은 여러가지를 종합해 볼 때 능히 그럴 수 있을만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한국과 미국은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이 서로 연계돼 있는 만큼 협상내용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워싱턴=김용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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