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가 대통령때 평양갔더라면…”/전·노 전대통령이 보는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일성 서울안올까 신경/과감한 양보못해 무산돼
김영삼―김일성대좌에 대해 전두환전대통령은 『「김대통령이 잘돼야나라가 잘된다」는 평소 지론의 연장선에서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김상구민자의원·상주)고 한다.
전씨는 요즘 정상회담에 관한 신문스크랩과 메모를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김의원에 따르면 전전대통령은 카터전미대통령이 김일성의 메시지를 전달한뒤 정상회담의 성사여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릴때 『이번에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노태우전대통령은『남북정상회담은 우리가 늘 소망해왔던 것인데 잘되길 바란다』고 했다.그는 지난 29일 저녁 6·29선언 기념 모임이 끝난뒤 기자들 질문에 이렇게 한마디를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7·25정상회담을 놓고 이런 의례적인 감정만 있을까―.이에 대해 두사람을 잘 아는 민자당의 한 의원은『두 전직 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할것』이라고 익명으로 말했다.
그는 전·노씨 모두 자신들의 재임시절 성사 일보직전에서 무산된 김일성과의 대좌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삭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전전대통령은 재임시절 85년 10월에서 12월사이 평양에서 1차로,그리고 서울에서 2차 회담을 갖기로 상호주의에 따른 교환방문 원칙에 김일성과 합의했었다.장세동안기부장·허담비서(북)의 남북밀사시대 비밀접촉의 성과였다.
노전대통령의 경우 92년 2월말에서 3월께 개성에서 당일치기로 오찬 정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본적이 있다.평양을 피하기 위해 김일성이 내려오고,노대통령이 서울에서 판문점을 넘어 올라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재임중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정치적야심은 김대통령이나 전·노 전직대통령 모두 마찬가지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시각이다.
두 전직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김대통령의 정상회담 접근방식은「파격적」이다.
상호주의를 뛰어넘고 의제에 구애되지 않고 평양회담을 성사시킨데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YS식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전대통령은 85년 평양행을 결정한뒤 48년 평양 남북지도자회담에 참석한 김구선생의 통일열정을 김일성이 악용한 전례 때문에 신경을 썼다고 당시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6공 고위공직자 출신의 한 민자당의원은 『김대통령처럼 교환방문의 상호주의를 포기하는 양보를 했다면 5공때나 6공때도 정상회담은 열릴 수 있었다』고 익명을 통해 주장했다.
그는『정상회담에서 핵문제에 대해 성과없이 북한의 선전술에 이용당하고 왔을때 김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될 것』이라면서 『때문에 김대통령의 정치적 장래가 김일성에게 인질로 잡힐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고 지적했다.
5공 청와대출신 한 인사는 『문민정권이라고 김일성이 달리 대우할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경험은 중요한 것이다.시행착오가 적어진다』고 했다.
평양에 가기전에 김대통령은 이들 두 전직대통령을 만나 김일성대좌에 관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검토중이다.
전전대통령의 민정기비서관은 『청와대 만남의 기회가 있다면 의례적인 것을 넘어 평소 생각하신 것을 말씀하실것』이라고 했다.〈박보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