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인류 살 길 … 기업가 역할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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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프랑스의 세계적인 문화비평가이자 경제·사회학자인 기 소르망(63)이 2일 대구를 찾았다.

 소르망은 이날 오후 영남대 개교 6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특별강연에서 ‘세계화가 인류의 미래를 살찌운다’를 주제로 한 시간 반 동안 연설했다. 이 대학 교수와 학생·교직원 500여 명이 강연을 들었다.

 소르망은 “세계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도 긍정적인 힘”이라고 전제한 뒤 세계화가 세계 평화와 자유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세계화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문화의 미국화’와 그에 따른 정체성·지역문화 가치의 상실을 우려하지만 그것은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다중 정체성’의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일 뿐”이라며 “그것이 진보”라고 주장했다. 문화교류를 통해 문화적 이질성이나 선입견을 극복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더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르망은 “한국인도 (세계화에 따라) 미국 문화와 유럽 문화를 받아들여 과거와는 다른 사람들이 되었겠지만 여전히 한국인은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화의 주역은 외교관이 아니라 기업가들이었다고 기업의 역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그는 “세계화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고 정보를 통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200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 때 젊은이들이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정보를 공유했던 것이 구체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화에 따른 주요한 변화로 경제적 발전을 꼽았다. 특히 복지 수준의 향상으로 과거 30년 동안 기아와 고통에 시달리던 8억 인구가 개선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와 다른 문화에 대한 존경심이 확산돼 인류 문화가 더욱 풍요로워진 것도 소득이라고 말했다.

 소르망은 사스(SARS)같은 새로운 전염병과 테러리즘을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지목하고 “자유무역과 같은 전통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논의의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위협으로 다가올 문제들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의 빈부 격차가 세계화의 모순이지만 교육 투자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극복 대안도 제시했다.

 기 소르망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 스탠퍼드대와 중국 베이징대, 러시아 모스크바대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파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5년 동안 한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한국의 정치 지도자, 문화예술가들과도 교분이 깊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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