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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퇴짜맞은 '反부시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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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 양대 미식축구 리그 사이의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보울은 빅게임답게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그 중 하나가 엄청난 TV 중계방송 광고료다. 올해 경기는 1일(현지시간) 열리는데, 30초짜리 광고가 평균 2백25만달러(약 27억원)로 지난해보다 7% 상승해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올해는 한 정치단체가 이렇게 비싼 돈을 기꺼이 물고 광고를 내겠다고 했으나 중계방송을 맡은 CBS에 의해 거절당했다. 그 단체는 반(反) 부시 인터넷 정치운동 단체인 '무브온(Move On)'. 조지 W 부시 대통령 낙선운동에 나선 '국제 금융계의 황제' 조지 소로스가 5백만달러를 쾌척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단체다.

무브온은 미국에서 1억3천만명이 시청하는 이 중계방송 등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11월 부시 행정부를 비난하는 30초짜리 광고를 공모했다. 접수된 1천5백여건 가운데 약 보름 전 당선작이 결정됐다. 여자아이가 호텔 복도를 청소하고 남자아이가 차 타이어를 갈아끼우는 장면 등이 지나가고 마지막은 '부시 행정부의 1조달러 재정적자는 누가 짊어지게 되는지 생각해 보라'란 자막으로 마무리되는 광고다.

이 광고가 CBS에서 퇴짜를 맞은 것이다. 논란이 많은 사안이거나 정치광고는 곤란하다는 것이 방송사의 거절 이유였다. 무브온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광고를 내보내는 프로그램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방송국의 이 결정은 자의적이거나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무브온은 "CBS가 백악관을 돕기 위해 광고를 검열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시청자 반응도 갈리고 있다. 축제처럼 즐겨야 할 대형 스포츠 경기가 정치게임에 휘말리는 것을 반대한다며 방송국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논란거리의 광고라도 판단은 시청자들 몫"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20여명의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CBS 사장에게 항의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뉴욕 타임스와 보스턴 글로브지도 사설을 통해 무브온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정치의 계절이 시끄러운 것은 미국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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