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영장 기각 검찰 고통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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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용훈(사진) 대법원장은 최근 영장 기각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에 대해 "수사 관행은 그대로인데 (영장 기각으로 인한) 검찰의 고통을 짐작하고 남는다"며 "검찰이 수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이나 검찰이나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다"며 "검찰이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것을 법원이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방법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달려가면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 양식 있는 국민 입장에서 조화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과거에는 (구속영장 발부를) '당신 책임으로 하라'고 하니까 이를 권한으로 착각하는 판사들이 있었다. 구속은 판사의 권한이 아니라 책임인데 지금도 국민에겐 권한으로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 법조 3륜(법원.검찰.변호사)을 한통속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법조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사법부는 아직 멀었다. 국민이 와서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당신들(법관들)만의 잔치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대법원장은 "내 나름대로 영장 발부 기준은 있지만 판사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며 취임 이후 한 번도 개별 사건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 영장 기각 사태가 법원과 검찰의 갈등으로 비쳐서는 안 되고, 두 기관은 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검 고위 간부는 "1일 오전 검찰 고검장급 수뇌부 회의에서 법원을 성토하기보다는 '자성'을 먼저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한 화답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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