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겉모양보다 내실 있는 성과 나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은 출발 인사 등을 통해 이번 회담의 목표를 천명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간 쌍방향 경제 발전’이 핵심이다. 이는 노 대통령만이 아니고 남북의 7000만 민족 모두가 희구하는 염원일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왜 분명한 언급이 없느냐는 점이다.

군사력 균형이 ‘평화 유지’의 핵심 요인임은 그동안의 세계사가 증명하고 있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50여 년간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된 것은 한·미 동맹의 힘과 북한의 힘이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균형을 일거에 파괴하는 북한 핵무기의 제거에 대해선 석연치 않은 태도를 취하면서 ‘평화’부터 얘기하니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오히려 대선을 앞둔 정략적 발상이라는 오해만 사고 있는 것 아닌가.

‘남·북의 경제발전’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해주·남포 특구 조성 지원 등을 밝힐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수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남측 기업들의 투자도 요구된다. 이번에 기업인들이 상당수 동행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있다면 이런 투자가 어떻게 가능해지겠는가.

결국 남북의 진정한 평화와 경제 발전을 위해선 북핵 폐기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이 점을 유념, 이번엔 핵 포기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핵무기는 끝내 보유하면서 외부 지원을 받아내겠다는 정책을 허용할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 미국 등 전 세계가 두 정상이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겉모양이 중요치 않다. 두 정상이 남측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낼 만한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