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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뒤덮는 50만 되새떼 群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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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경북 울진군 원남면 금매2리에는 해질녘 2시간여 동안 50여만마리의 새떼가 펼치는 군무(群舞)로 보기 드문 장관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마을 뒷산 대나무숲에 둥지를 튼 겨울철새 되새 무리가 마을을 오르내리며 석양 하늘을 수놓는 모습이다.

되새가 국내에 수십만마리씩 떼지어 나타난 것은 1995년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이어 두번째. 10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참새보다 약간 큰 되새가 이 마을을 찾은 것은 지난달 초. 주민들은 수십마리에서 수백마리가 날아들 때만 해도 단순히 겨울을 나는 철새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개체수가 수십만마리로 늘어나 연일 군무를 연출하자 '혹 무슨 일이 일어날 조짐은 아닌지' 걱정하는 주민까지 생겼고 설 연휴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에 의해 외부로 소문이 퍼져나갔다.

금매2리 주민들에겐 되새 떼가 반가우면서도 골치 아픈 존재다. 새떼가 지붕과 길바닥.차량. 빨래를 가리지 않고 하얗게 배설물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현장 조사를 벌인 윤무부 교수는 "되새는 가창오리처럼 떼지어 사는 겨울새로 여름엔 시베리아에서 주로 곤충을 잡아먹고 겨울엔 남하해 나무 열매나 풀씨 따위를 먹는 인간에게 이로운 조류"라며 "울진을 찾은 것은 소음이나 공장지대, 천적이 없는 데다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진군 최주철 원남면장은 "되새 떼가 나타난 것은 친환경 농업 엑스포를 앞두고 있는 울진의 주변 환경이 청정함을 확인해주는 징표"라고 말했다.

◇되새=참새목(目) 되새과(科)에 속하며 무리생활을 한다. 주로 유라시아의 북위 55~68도 지역에 분포돼 있으며 산지 또는 평지 숲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뒤 2월 말이나 3월 초순 시베리아.만주 등 번식지로 날아가는 철새로 몸 길이는 12~16㎝며, 가슴은 흰바탕에 적갈색의 띠를 둘렀고 날개 깃에도 검은색 바탕에 적갈색의 선무늬가 있다.

울진=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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