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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알짜株도 외국인 '사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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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새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보유지분이 급증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는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인수.합병(M&A) 설이 모락 모락 피어오른다.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종목은 거래소처럼 업종 대표주가 아닌 실적과 성장 가능성이 뒷받침되는 중소형 알짜 종목들이다. 이런 이유로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 매수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기보다는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이 사면 오른다=프린터 부품 업체인 대진디엠피는 지난해 말 8.85%에 불과하던 외국인지분이 지난달 28일에는 20.43%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중 주가도 14.6%나 급등했다. 삼성전자가 레이저 프린터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수요 증가로 실적이 개설될 것이라는 증권사 보고서가 나온 텔슨전자도 외국인지분이 지난해 말에 비해 7.28% 늘어나며 주가가 50% 이상 급등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저평가를 받고 있는 실적호전 기대주를 중심으로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전반적인 코스닥의 침체 속에 외국인이 편식하는 종목만 수직상승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닥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급증한 상위 20개사의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28일까지 평균상승률은 11.1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1.6% 하락했고, NHN.LG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도 평균 1.1% 떨어지며 약세였다.

교보증권 이혜린 연구원은 "업종 대표주만 상승하는 거래소와 달리 코스닥은 중소형 알짜주만 오르는 주가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도 개인들이 좌우하던 시절은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말 10.5%에 불과하던 코스닥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말 14.3%까지 오르더니 올해는 지난달 30일 현재 15.3%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최근 한달 동안 지난해 코스닥 순매수 금액의 36% 수준인 2천9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결과다. 외국인은 지난달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코스닥에서 계속 매수우위였다.

하지만 코스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중에는 투기성 자금도 있기 때문에 종목분석 없이 무턱대고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따라했다간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삼아약품과 경동제약 등은 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인의 '사자'가 이어졌지만 주가는 되레 하락했다.

◇M&A 바람 부나=새롬기술은 최근 영국계 연기금 펀드인 '헤르메스'가 지분율을 8%대까지 끌어올리면서 적대적 M&A나 '그린메일'(주식을 매입한 뒤 대주주에게 비싸게 되파는 것)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롬기술 경영진은 헤르메스 측의 요청에 따라 이번주 중 공식적인 면담을 할 예정이다.

일본계 자금의 적대적 M&A 시도에 노출된 코스모씨앤티도 기존 대주주와의 매수공방이 이어지며 지난 연말 3백40원이던 주가가 1천원대로 올라섰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최근 들어 코스닥에서 과거에는 보기 드물었던 홍콩계.일본계 자금이 눈에 띄고 있다"며 "저가주를 중심으로 M&A 회오리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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