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누드연극 바람-노골적인 性묘사로 관객 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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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명이 흐려진 무대에서 남녀가 벌거벗은 채 서로 껴안고 진한 키스를….』 객석을 꽉메운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무대는 침묵과 정적만이 스쳐간다.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미란다』라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
이같은 충격적인「누드연극」은 이제 더 이상 관객들에겐「충격」이 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일부 학생층과 여성.연인들 사이에서만「은밀히」즐기던누드연극은 이제 40~50대 장년층들도 자연스럽게 즐기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대학로엔 이같이 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누드연극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객들로 언제 나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외설이냐」「예술이냐」시비 속에 본격적으로 누드연극이 시작된 것은 88년 극단 바탕골의『매춘』이 효시격.
이후『빨강바다』『침대소동』등 다수의 작품이 노골적 성묘사를 해오다 90년초에『스티밍』『불좀꺼주세요』등 10여편의 작품이 가슴을 노출시키면서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마침내 93년 들어『불의가면』등 3편이 남녀의 나체를 등장시키는 시도를 했고 올봄 극단 부산의『마지막 시도』라는 누드연극은 여배우의 체모까지 드러내 관객들을「경악」시켰다.
이같은 누드연극에 대해 당국도 속수무책이다.대학로를 관할에 둔 종로구청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연극상영은 관할 구청에신고제로 되어 있어 이같은 실상을 알면서도 섣불리 규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누드연극이 청소년층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 수수방관만 할 수도 없는 처지.종로구청 문화공보실 林炳錫씨는『자극적인 내용으로 장사속만을 챙기는 연극인줄 알고 있다』면서 『당사자들이예술이라고 강변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모호한 기 준으로 단속할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누드연극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여성단체등이 중심이 되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미란다』를 본 공연윤리위원회 무대공연부 朴明權부장은 『여배우의 전라를 보이는 것은 물론 폭력.감금까지 극에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된다』며 누 드연극의 심각한 폐해를 우려했다.
〈申容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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