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세계 소설부문 하나코는 없다.푸른기차-최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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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누가 당신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급진적인 낙천주의자라고 대답할 것이다.그런데 내가 낙천적일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고 최근 발표한 두 편의 작품「하나코는 없다」와「푸른기차」는 그런 상황속에서 쓰여졌다.나는 나의 낙천성을 되찾기 위 해 두가지의재미를 각기 다른 작품에서 추구해 보았다.이야기의 재미와 말의재미. 「하나코는 없다」는 우리 주변에서 보편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부당하게 정석이 되어버린 남녀 사이의 우정,그 미로와 같은 오해와 환상에 대한 이야기다.다른 성의 친구와의 우정은 미로처럼 막연하며,그처럼 길을 잃기 쉽다.미로에 들어가 고 싶은 의도가 없고 때문에 우리는 자주 미로에서 도망친다.애정의 경계선에 놓인 우정을 분실하는 대가로 역설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그 작은 드라마의 장치들을 만들어가면서 잠시 나를 엄습한 비관을 잊었다.다행히도 하나코는 있었다.
「푸른기차」는 세상에 대해 멀미를 느낀 한 젊은이의 과장된 엄살을 내용으로 하는데 무관심을 전략으로 내세운 문학속의 무수한 주인공들과 다를 것이 없다.그 엄살꾼을 위해 나는 모든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문으로 써주었다.실제는 8할정도밖에 못했지만,그리고 그런 행동을 설명해주기 위해 삼박자 혹은 사박자의 나열을 집어넣었더니 무관심에는 면역이 생겼고 반행동은 리듬이 되었다.국어에 대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崔 允〈소설가.서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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