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사태 “태풍의 눈”/5월말 쟁의신고후 27차례 교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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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분파업 벌여가며 강도 점차높여/임금·단체협상 지지부진/울산 전지역 확산우려도
전노대의 연대파업이 사실상 불발로 끝난 가운데 핵심사업장인 울산 현대중공업노조가 29일 하루동안 전면파업을 벌이기로 했다.이들의 파업은 철도·지하철과는 별개의 차원이긴 하지만 올해 노사분규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조선·중공업등 호황업종 대기업이 밀집돼 있는 울산지역 전체로의 연쇄파업확산 가능성이 높아 예의주시하지 않을수 없게됐다.
현대중공업노조는 5월말 쟁의발생신고를 했고 6월7일 냉각기간이 끝난뒤 6월23일 파업찬반투표를 실시,재적조합원 63.7%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언제든지 합법파업에 돌입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이처럼 합법투쟁이 가능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있는 만큼 실정법상 불법인 철도·지하철파업에 연대해 상황을 악화시킬 필요가 없는 입장이다.현대중공업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원인은 임금·단체협상 교섭진도에 있다.
노사양측은 3월29일부터 27차례의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노조측이 제시한 1백33개항 가운데 9개항에만 잠정합의했다.임금협상은 5월19일부터 시작돼 노조측이 기본급기준 12.6%(9만9천4백78원)인상요구안을 제시했으나 회사측은 아무런 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7일 5시간 부분파업,28일 6시간파업에 이어 29일 전면파업등으로 점차 파업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29일 이후의 투쟁일정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다만 부분파업만은 계속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현대중공업노조원중 가장 투쟁성향이 강한 쪽은 조선분야 조합원들로 알려져 있다.
노동계에서는 89년 1백28일,93년 75일간의 장기파업을 벌였던 현대중공업노조가 본격파업에 나설 경우 울산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사업장의 연쇄파업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보고 있다.
정부가 최근 파업사태를 공권력을 동원해 해결하고 있는데 대해 일선근로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밀리면 철도·지하철에 이어 노동계전체가 위축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노조들로 구성된 업종회의와 경인·마창지역 기업노조들로 구성된 전노협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도 현총련의장이면서 전노대공동대표인 이갑용위원장(현대중공업)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중공업노조는 언제든지 올해 노사관계에 파란을 몰고올「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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