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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운영지원비 못 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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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학교 학부모들의 '학교 운영지원비' 납부 거부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운영지원비를 학부모 통장에서 임의로 인출했다 되돌려 주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중학교에서 학교 운영지원비를 징수하는 것은 의무교육 취지에 어긋나며, 교육부가 부담해야 할 예산을 학부모에게 전가시키는 행태"라고 주장한다. 헌법 31조 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전문가들도 "초등학교에서 이미 폐지된 학교 운영지원비를 중학교에서 받는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한 해 33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쓰는 교육부가 학부모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규정만 내세우는 융통성 없는 행정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학교운영비는 지역에 따라 연간 14만~21만원을 학부모가 부담하며 이 돈은 인건비와 교사의 연구비 같은 것으로 쓰인다. 전국의 중학교 학부모들이 내는 학교 운영비는 연간 3700억원이다.

◆"의무교육 취지 어긋나"=학부모들의 납부거부 운동은 전북 장수군 장수.번암중에서 시작됐다. 학부모들은 8월부터 '중학교 운영지원비 징수를 중단하라'는 연대 서명서를 장수교육청과 전북도 교육청에 제출했다.

장수중학교 학부모들은 지난달부터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학교 운영지원비 자동이체(스쿨뱅킹) 해제 운동도 벌이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도 참교육 학부모회 등 시민단체 10여 개가 중심이 돼 운영지원비 납부 거부 캠페인을 하고 있다.

서울.경기.광주.경북 지역의 학부모들은 9일 각 지역 교육청을 상대로 '그동안 부당 징수한 학교 운영지원비를 되돌려 달라'는 반환 청구 소송을 낼 예정이다. 조금이(48.여) 번암중 학교운영위원장은 "2002년부터 중학교가 의무교육으로 바뀌었는데도 운영지원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북 지역에서는 9월 말 현재 학교 운영지원비 납부 거부 의사를 밝힌 학부모가 500여 명, 폐지 서명자는 4000명에 이른다.

전북대 사대 노상우(교육학) 교수는 "한 해 30조원 이상을 쓰는 교육부가 그 1% 정도에 불과한 학교 운영지원비를 학부모 주머니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태도"라며 "교육부가 전향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통장 무단 인출도=학교 측이 학교 운영지원비를 학부모들의 학부모 은행계좌에서 무단으로 인출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학부모들이 각종 공납금을 내기 위해 개설한 통장(스쿨뱅킹)을 통해 지정된 날짜에 일괄적으로 운영지원비를 징수하고 있다.

장수중학교의 경우 통장에서 3만9000원씩을 무단 인출했다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지원비를 반환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고소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며 반발하자 지난달 18일 전액을 되돌려 주는 소동을 벌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 예산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될 정도로 교육 재정이 열악해 학부모들의 도움이 없이는 교육 현장의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여론과 국가 교육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학교 운영지원비 존폐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학교운영 지원비=그동안 사친회비.기성회비.육성회비 등으로 명칭을 바꿔 가면서 학부모들에게서 징수해 왔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건비, 교사들의 연구비 등에 70~80%를 사용하며, 나머지는 교육활동을 위한 교재.교구 구입비 등에 쓴다. 각 시.도교육감이 수업료 인상률을 결정하면 이에 맞춰 시.군별 학교장협의회에서 학교운영 지원비 금액을 결정하며 각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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